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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내 방 하나
저자/역자
출판사명
출판년도
독서시작일
2020년 12월 18일
독서종료일
2020년 12월 18일
서평작성자
안*현

서평내용

어른이 되는 것이란 무엇일까. 나는 내 집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고, 그 집에서 자신을 챙겨주는 것에서부터 어른의 시작이 다가온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난 아직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다. 내가 마련한 집이 아닌 곳에서 내 자신을 챙겨주면서 사는 삶이라 어른과 아이 그 중간 어디즈음에 있다고 느꼈다.

이 책이 나를 이끈 건 비단 제목 뿐만이 아니었다. 책 소개를 하는 포스팅을 우연히 네이버에서 읽게 됐다. 짧은 책 소개 글이었지만, 저자가 ‘서울에 내 방 하나’를 가지는 삶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많이 고뇌한 흔적이 묻어나왔다. 자취를 시작한지 4년째, 사회에서 내 입지를 다져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스스로가 ‘1인분’의 삶을 살아가는지 확신이 안 서는 입장에서 ‘진짜 어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늘 누군가가 챙겨주는 삶은 편하다. 공부하라는 부분만 공부하고, 먹으라는 걸 먹고, 자라고 하면 자면 된다. 그렇게 누가 ‘시키는’ 삶을 살다가 대학교에 내던져지면 감당해야 할 게 많아진다. 쓰레기 배출은 무슨 요일에 해야하는지, 어떤 과목을 수강해야 하는지, 내일은 몇 시에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지 등의 사소한 일들 말이다. 그리고 그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며간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책임이 오롯이 내 자신에게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책의 저자는 그런 삶에 대해서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너무 막연한 미래를 그리며 현재를 놓치지 말라는 말을 전한다. “마음이 어두운 때든 밝은 떄든, 너무 막연한 미래는 자주 그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인생은 생각보다 사소하고 잡다한 것들로 가득차 있으며, 그것들을 허투루 놓치지 않고 매일 하나하나 마음을 쏟다보면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 같으니.” 나는 이 문장이 너무 좋아서 일기장에 필사를 해두었다.

부산에 내 방 하나를 책임지고 사는 게 너무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혼자서 월세를 감당해야하는 순간이 오면? 아빠가 졸업 후 용돈을 끊겠다고 하면?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진다면? 지금으로서는 답할 수도 없고 점쳐 보아도 확실하지 않은 것들을 붙잡고 나는 힘들어했었다. 아이와 어른 그 경계에서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무척이나 위안이 됐다.

좋아하는 전공 교수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인생이 힘들고 고달프게 느껴질 때, 평균대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저 멀리 있는 평균대의 끝을 바라보며 걸어가면 으레 어지러워져 중심 잡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한 발, 자신의 스텝만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어느새 평균대에 끝에 다다라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먼 미래를 생각하며 눈 앞에 있는 현재, 한 발자국씩 놓치다 보면 미래에 다다를 수 없게 된다.

에세이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 읽는 것도 무척이나 사랑하는데  이 에세이집은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어른과 아이 그 경계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학우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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