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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던지는 질문, '삶이란?'
저자/역자
출판사명
출판년도
독서시작일
2020년 11월 17일
독서종료일
2020년 11월 17일
서평작성자
임*온

서평내용

일상에 치여 살다 보면 가끔 아무것도 없는 시간이 있다. 미친 듯이 바쁘게 살다가 갑자기 텅 빈 시간은 예고 없이 순식간에 찾아온다. 이 선물 같은 시간을 단순히 보내기보다 무언가라도 하기 위해서 무작정 인터넷을 찾아봤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북콘서트. 올해 유독 독서를 멀리해서 그런지 북콘서트라는 말이 괜히 더 설레게 다가왔던 거 같다.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대상도서는 이국환 작가님의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였다. 참여하고 싶다는 짧고 강한 생각에 손가락은 동의한다는 듯이 빠르게 신청하기를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문 앞에 작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책을 열자마자 여는 글에서 나를 반겨준 문장은 일고일문一孤一文, 한 번 고독할 때마다 하나의 문장이 나온다.’라는 구절이었다. 작은 울림이 있었고 문장을 다시 몇 번이고 읽었다. 책을 어떤 마음으로 무슨 생각으로 적었는지 상상을 하며 계속해서 읽었다. 생각하다 보니 일고일문은 다음과 같이도 해석할 수 있었다. 일고일문(一苦一文), 쓰라린 감정 속에 하나의 문장이 나온다. 단순히 자신을 세상과 단절 시켜 내 안의 나와의 대면이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시도해도 단절된 순간이 있다는 상실감으로부터 사람들은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그 질문들을 반추하고 삶을 살아가는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글이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작가가 겪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생각을 풀어놓은 글이다.

 

책은 크게 그래도 산다는 것, 그래도 안다는 것, 그래도 견딘다는 것,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렇게 4챕터로 나뉘어 있다. 명확한 기준으로 특정 목표를 가지는 글이기보다 편하게 읽히는 수필과 같은 느낌으로 책은 전개된다. 책을 읽으면서 [책으로 들어가 버린 아이]에 대해서 얘기할 때 책에 몰입하는 뤼까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왕의 오믈렛]에서 다시 한번 간절히 겪어보고 싶은 경험을 떠올린다. [타인의 고통]을 예로 들며 우리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둔감해진다는 대목에 공감하며, [오래된 미래]를 통해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인생에 걸쳐 고심하고 고민했던 순간순간을 우리는 엑기스를 섭취하는 것처럼 높은 농도로 느낄 수 있다.

 

짧게 짧게 소개되는 다양한 작품 속에서 작가는 자기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글은 계속 이어진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불안, 고통, 슬픔 속에서도,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 부대끼면 살아가는 정,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온 작가의 삶을 말해준다.

 

재밌는 점은 마지막 챕터에 마지막 장을 작가는 확신은 모든 소통의 적이다.’라는 소제목으로 장식했다는 것이다. 작가가 겪은 인생을 바탕으로 적은 책임에도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생각과 의견을 반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할 기회가 주어진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인생에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을 스스로 던질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 유독 이국환 작가님이 가깝게 느껴진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진한 여운이 다 가기 전에 북콘서트를 통해 이국환 작가님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던졌던 질문과 답으로 내가 느꼈던 감동을 조금이나마 넘길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가장 애장하는 문장이 있을까요?”. 작가님이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인생은 짧다. 후회는 의무와 도리를 다했고 열심히 살았다는 핑계로 내 삶을 유기한 죄, 그리하여 정작 나를 돌보지 않은 죄에 대한 형벌이다. 낙타로 살아왔음을 깨닫는 순간 내 안의 사자가 깨어나고, 사자의 저항과 파괴를 통해 마침내 자신만의 세계를 찾는 즐거운 어린아이가 된다.’ 쓰면서 정말 제가 쓴 문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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