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서 ‘메신저가 아닌 메시지를 봐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진중권은 진보논객으로 많은 이의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 인물이다. 지금은 50대가 넘은 그는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게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훨씬 전인 그의 청년 시절에 만들어졌다. 미학으로 이제 막 학사와 석사 학위를 딴 30대 청년 진중권의 미학 개론서. 지금의 그를 싫어하고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관점을 떠나서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는 책. 이 책은 <미학 오디세이>이다.
온라인 서점에 있는 미학서적은 꽤나 있다.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만든 <미학대계> 시리즈와 폴란드의 미학자인 타타르키비츠가 적은 <타타르키비츠 미학사> 시리즈 등이 또 다륵 책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꽤나 많은 전공적 지식을 요구한다. 이러한 책들은 단지 미학에 호기심이 있는 대중들에겐 두께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너무 버거운 것들이다. 대중들을 위해 그 입문턱을 낮게 한 책이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이다.
우선 미학이란 무엇인가? 미학은 “미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서 시작된 감각적 인식을 다루는 학문”이다. 즉, ‘미란 무엇인가?’, ‘미적 경험이란 어떤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학문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럼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라고 할 때의 ‘미술사’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말 그대로 미술‘사’는 역사적 관점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미술품을 조사 및 연구하고 그 역사적인 발전 과정을 추적하는 학문이 미술사이니 이것은 미학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서 이 책은 대중들을 위한 개론서라고 했다. 왜 그럴까? 앞선 책들에 비해 단지 쉬워서 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는 독특한 글 적기 방식인 문학적 3성 대위법을 사용하여 더 쉽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저자인 진중권은 이러한 방식을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에서 따왔다고 했고 또 많은 독자들이 이것 때문에 표절이니, 뺏겼냐니 시비를 걸곤한다. 하지만 잊지말자! <괴델, 에셔, 바흐>는 미학을 다룬 책이 아니다. 일단 문학적 3성 대위법이 무엇인가? 이 책에선 ‘예술가 모노그래프, 서술체의 미학사, 대화체의 철학사’라는 독특한 구조로 서로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세 가지가 모두 동일한 주제를 조명한다. 이 때문에 더 주제가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생겼다.
예술가 모노그래프로는 네덜란드의 판화가 에셔의 작품이 등장한다. 저자는 그의 작품을 8개의 특징으로 나누어서 이를 전개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에셔의 판화들은 똑같이 가상과 현실을 관통하는 미학사와 유사하다.
1권에서 서술체의 미학사는 고대 예술과 미학, 중세 예술과 미학, 근대 예술과 미학을 다룬다. 이 부분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플라톤의 이데아,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과 질료, 플로티누스의 신플라톤적 관념 그리고 이들을 각각 계승한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의 철학들, 마지막으론 약간의 칸트와 헤겔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어야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체의 철학사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술체의 미학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를 한다. 저자는 미학적 관점은 크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객관성과 주관성의 대립, 정신의 표상과 자연의 모방의 대립, 취미판단의 이율배반 등으로 시대별로 대립되는 예술 사조들을 이 두 사제의 대화로 설명하고 풀어나간다. 시대별로 주요한 특징들이 다르듯이, 이들의 대화도 예술 사조에 따라 플라톤이 우세하다가 때론 아리스토텔레스가 우세해진다.
예술가 모노그래프를 통해 문을 열고 서술체의 미학사를 통해 개념을 다지고 대화체의 철학사를 통해 이를 적용하며 이해하면 된다. 이 얼마나 탁월한 구성인가?
책 내용 자체를 적기에는 너무 방대하다. 아마 책 내용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많은 곳에서 찾아보니 1권은 워밍업이고 2권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한다. 이렇기에 정말 기대가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