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간은 재밌었다. 최근 유현준 교수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강연하는 것을 봤다. 학교와 교도소는 건축적으로 똑같다는 말을 했다.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학교 건물은 건국 이래 바뀌지 않았다. 또한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유현준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가 나올 수 없는 이유을 획일화된 공간때문으로 생각했다. 또한 우리가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건축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런 시설에서 12년을 보낸다면 그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똑같은 옷, 똑같은 식판, 똑같은 음식, 똑같은 교실에 익숙한 채로 자라다 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평생 양계장에서 키워 놓고는 닭을 어느 날 갑자기 닭장에서 꺼내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아 보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양계장 같은 학교에서 12년 동안 커 온 아이들에게 졸업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대형 학교 건물 안의 똑같은 교실, 숫자만 다른 3학년 4반에서 커 온 아이들은 대형 아파트의 304호에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지금의 학교 건축은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양산해 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건축의 변화가 시급하다.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을유문화사, 2018)
내가 좋아하는 작가 채사장은 저서 《시민의 교양》에서 우리는 우리가 배우는 교육 내용뿐만 아니라 교육 형식을 통해서도 배운다고 말한다. 강의식 수업과 객관식 평가를 통해 우리는 절대주의적 진리관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들 간에 이익이 충돌하면, 이들은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논쟁한다. 그리고 보통은 자신이 틀렸다고 전제하지 않으므로, 우선은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자신의 세계를 선으로, 타자의 세계를 악으로 상정하는 세계관으로 발전한다. 나는 합리적이고 열린 사고를 가졌으므로 타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만, 다른 정당, 다른 종교, 다른 이념, 다른 체제, 다른 가치관은 사실 틀렸다고 이미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타협과 양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채사장, 《시민의 교양》, 웨일북, 2015)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은 책 읽는 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