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저울질이 필요없는 참으로 무던한 사람과 담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구절이 참 와 닿았던 작품이다. 그리 길지도 않고 동화책 같은 책이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말은 무척이나 철학적이다 공감 갔던 구절을 한번 써볼 까 한다 우리의 행복은 우주처럼 한이 없었다. 우리는 그 행복을 이야기 하고 싶었고 큰소리로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누구에게 알리지? 우리 친구들 가운데 그 행복의 깊이를 헤아릴 줄 알고 그것의 찬양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우리는 그 행복을 어떤식으로든 구체적으로 형상화 해보기로 했다. 나는 우리의 행복을 주제로 몇쪽에 달하는 글을 썼다. 그녀는 그 글을 이해 하지 못했다. 반면에, 로르는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은 나를 완전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는 크나큰 의혹을 품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 한 적이 있다. <자기가 알아야 할 게 하나 있어.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자기를 만나기 전에 하나의 삶을 살았어. 그 것을 하나의 삶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심각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이젠 모든 게 그림자로 여겨질 뿐이야. 어쨌든 당신만한 남자는 단 한사람도 없었어> 나는 바르바라에게 우리의 사랑이 원만하게 결실을 맺기 위해 저지르지 말아야 할 실수들을 규칙적으로 일러주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아주조심스런 태도로 적절한 사례를 곁들어 가면서 요모조모 면밀히 분석한 자세한 설명으로 그녀의 이해를 도왔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어쩌면 나야말로 어떤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때의 내생각이 옳았다는 것은 그 이후의 시간이 증명해 주었다. 너는 기분이 좋으면 멍멍하고 짖는다. 화가 났을 때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짖지. 너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는 데 많은 한계가 있어. 네가 표현할 수 있는 뉘앙스는 별로 많지않아. 하지만 나는 너와 달라. 기분이 좋을 때, 나는 그 좋은 기분의 미묘한 차이를 여러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 싱긋거리거나 낄낄거릴 수도 있고, 때에 따라 엉엉울수도 있지. 화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야. 나는 허너 웃는 것까지 포함해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내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 그 이치는 아주 복잡하고 대단히 혼란스러워. 예를 들면 이런거야. 너는 착한 개야. 그리고 내가 개를 좋아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 그런데도 나는 이따금 내가 고양이 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전화 한 통을 받고도 이렇게 난리를 치는데. 나중에 그녀때문에 내 삶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실연의 아픔은 홀로 견뎌야 한다. 하지만 집 안에 틀어박힐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자기가 혼자라는 느낌을 더욱 뼈저리게 실감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