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_447 예전에 <자유창작> 사장이 그러더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며 우리가 살면서 겪는, 혹은 겪게 될 대부분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둘 중 하나라는 선택에 직면하게 되고, 이때 둘 중 하나를 잘 골라야만 한다고. 그렇다면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알 수 없냐고 물었더니, 고르지 않은 하나를 깨끗이 잊는 것이라고 하더라. 나는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깨끗이 잊냐? 만약 지우는 게 혹은 되돌리는 게 가능했다면 그걸 애당초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아닐까? 선택하지 않은 미련이 끈질기게 생애를 따라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그래, 너의 불행이 모두 내 탓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건 말해 주고 싶어. 너에게 상처를 줄 생각은 아니었어. 너와 알고 지낸 긴 시간 동안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고, 또 그 남자와는 달랐다고 얘기해주고 싶었어. 지금 이게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 맞아, 나는 너를 떠났어.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모두 변명이야.
'자꾸 생각나'는 책 제목대로 계속 생각나는 책이다. 만화를 좋아해서 자주 찾아 읽는데, 사랑과 관여된 내용이라 더 공감이 간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나의 상황과 너무 비슷하기도 해서 더 애착이 갔다. 도일과 미래를 중심으로 그들의 오랜 연인과 꿈, 현실, 좌절, 희망 등을 드라마가 아닌 현실로 그려낸다. 미래와 도일은 오래된 연인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결국은 새로운 만남을 선택하지만, 그에게 남아있던 옛 여자친구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불안함에 휩싸여 싸우게 되면서 그렇게 식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도일, 미래 모두 선택의 순간에 놓였을 때 새로운 사람을 선택하게 되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치른다. 무작정 행복할 것만 같았던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으며 숨기기에 급급했다. 나도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서며 그 기로에는 최종적으로 두 가지가 보인다. 어떤 걸 선택해도 상처가 될 순간인 걸 알면서도 난 그 갈림길에 계속 서 있을 수가 없다. 어디든지 가야 하고 무언갈 선택해야 한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후회인 거 같다. '그걸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무언가 많이 바뀌었을까?' 끝없는 물음이 나를 채울 땐 괴롭고 더욱 아프다. 사랑에 있어 새로운 감정은 꼭 나쁜 게 아니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쁘다면 나중에 꼭 벌을 받는 거 같다. 그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똑같이 돌려받게 되고 내가 선택하는 사람이었다가 선택을 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거고 … 나는 447 page에 있는 저 문장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찌릿하다. 선택하지 않은 미련, 흘러보니 결국은 똑같은 사랑. 책장에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는 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받는 위로는 꽤 크기 때문에. 많은 분이 읽고 공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