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라 하면, 우리는 단연 연암 박지원을 떠올릴 것이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여러 한문학 자료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연암의 글은 월등히 많이 소개가 되고 읽혔다. 그 반증은 당대에도 최고의 문장으로 손꼽혔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어오는 그 지혜를 본받고자 현대에 까지 읽혀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암 박지원의 작품은 단지 과거에 그치지 않고, 결코 끝나지 않을 사회 악순환의 반복 속에 있는 우리들의 현재 모습이며 앞으로도 계속 될 미래에 까지도 수용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연암의 글을 통해, 연암의 목소리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물음을 가졌던 것들을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하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은 박지원의 글쓰기 이론의 바탕이 된 정신과 방법을 허구적 소설 특유의 재미와 결합시켜서 신조어 팩션(faction)의 형식으로 동화처럼 쉽게 읽히도록 해서 보다 실용적이고 탄탄한 글쓰기의 방법을 제시했다. 뿐 만 아니라 연암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독서도 중요하다는 언급도 놓치지 않았다.
조선, 그 당시에는 글로써 나의 생각을 표현해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글쓰기 이론서가 존재 했던 것도 아니었고 명문장가들의 책이 있다한들 읽고 싶다고 해서 쉽게 읽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연암은 독자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뿐 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바르고, 효과적으로 글의 내용을, 또 참 뜻을 전달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당시에 연암이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팩션(faction)의 형식(소설+사실 결합)으로 보다 친근하게 알 수 있었고, 작가는 왜 연암의 글쓰기 방식을 독자들에게 팩션, 대화체로 보여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독자가 직접 연암의 제자가 된 듯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내 마치 바로 내 앞에서 연암의 가르침을 받는듯한 생생한 느낌과 책 자체의 구성 또한 연암의 글쓰기 노하우를 연암협에서 만난 제자 ‘지문’을 받아드려서 글쓰기 방법, 문장론을 교육하고 박지원의 아들 ‘종채’가 등장해서 ‘과정록’을 정리하는 것까지.
단지 박지원에게 글쓰기를 배운다는 내용 뿐 만 아니라 당시 시대적 상황과 박지원이 처했던 상황들까지도 모두 모아 서술해내는 기법이 신선했고, 그렇기 때문에 보다 친근하게 느끼고 어렵지 않게 연암의 글쓰기 방법을 채득할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타인에게 제시하고 그 글로 하여금 교훈과 방향을 제시 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 일 테지만, 연암 박지원은 그 이전에 갖추어야 할 점이 여럿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좋은 문장 이전에 ‘사색’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사색을 통해 나와, 나 아닌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성찰하며 고뇌를 거쳐 쓰인 문장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연암에 의하면 이미 옛 글에 대한 모방이나 흉내를 내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연암의 ‘법고창신론’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비슷하게 써낸다 한들 결국 비슷한 것에 그칠 뿐 현재의 좋은 글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진(眞)을 추구하려하지 않고 사(似)를 따르고자 하는가에 대해 꼬집으며 겉모습은 하나도 똑같지 않지만 그 속의 뜻은 같은 정신을 담고 있는 글이야말로 지정한 심사(心似)에 도달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옛 사람의 글쓰기를 따르는 것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반면 형사(形似)는 겉모습은 같을 수 있지만 본질적인 뜻은 다르다. 형사는 사(似)에 그치지만 심사는 진(眞)에 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에서 옛 사람의 좋은 글과 정신을 본받아야한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지나친 창신은 경계해야 함이 분명하다.
연암의 또 다른 글쓰기 이론서 ‘소단적치인’에서 글짓기를 전쟁과 장수에 비유했다.
전투에 장수가 중요하듯이 글쓰기에도 글을 쓰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다. “전쟁을 잘하는 사람은 버릴 병졸이 없고, 글쓰기를 잘하는 자는 가릴 글자가 없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 어떻게 써나갈 것인가에 대한 계책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글쓰기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글쓰기에 대한 계책을 세울 때 글과 말의 진실성을 강조하여 글을 쓰고 남의 자신의 글에 대한 비평도 겸허히 받아드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문학이야말로 보다 공격적으로 사회를 비판하고 꼬집어서 변화시킬 수 있다.
연암의 글쓰기 이론서만 가지고 그의 글쓰기 법을 따르고서는, 책 속에 등장했던 제자 ‘지문’처럼 곧바로 이론을 채득할 재간도 없고, 지금 당장 내 글솜씨가 무한한 성장을 이루어내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우리 실전에 적용해서 쓸 수 있는 글쓰기 법이기에 우리는 꾸준히 실행에 옮겨볼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라고 자명한 지혜로운 글쓰기 이론가인 연암 박지원 선생으로부터 직접 수업을 받는듯한 기회가 되었다.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이었지만 독후감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고, 보고 또 보고 싶어서 서점에서 구매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도 개인 SNS나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쓰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보니 이 책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고 그저 수업시간에 짧게나마 접했던 연암의 문장을 훑어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은 글쓰기 정보를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글쓰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읽어봐야 할, 그리고 책장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꺼내 읽어 볼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앞으로 언제 탄생하게 될지 모르는 무궁한 문인들에게 정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