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시대적배경은 한국의 60년대에서 현재까지이다.
구룡포근처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이제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세길과 박민현이 주인공이다.
세길은 눈에띄지않는 평범한 학생이었으나 민현은 외모가 남달랐는데, 일제시대때부터 기생을 한 어머니덕에
외모만큼은 신비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길은 처음 민현을 봤던 초등학교 입학식때를 회상하면서, 민현에게는 그때부터 운명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현은 평범한 세길에게 그다지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민현의 속내는 폭력을 사용하는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는것만을 바라며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었다.
지금은 인권이 워낙 중요시되는 사회라 군대에서조차 폭력을 없애기위해 아주 많이 노력해서그런지, 소설속의 폭력은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번은 고래잡이 포수인 아버지에게 사냥용품인 갈고리같은것에 허벅지가 찢어지기도 했다. 민현은 중학교로 가면서 마을무당의 수양딸로 가게되고 세길은 변함없이 평범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반 불량한 친구들에게 학교뒷골목에서 가진것과 자전거를 모두 빼앗기게 생겼는데 민현과 다른 불량한친구들이 우연히 나타나서 세길을 구해준다. 평범하게만 지내던 세길의 시선에서 소설이 대부분 전개되기때문에, 민현의 내막이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그녀는 좀더 나은 생활을 위해, 힘을얻기위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했다고 세길은 말한다.
세길은 그래도 민현에게 끌리지만 민현은 좀처럼 세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학교 여름방학어느날 민현이 세길에게 영화보고, 같이 책을보자고 한다. 짝사랑을하는 세길은 무릎꿇고 감사하다며 울고싶은 심정이었다고하는게 어느정도 이해는가지만, 연애소설로보기에 애틋함이 떨어지는게 조금 아쉽긴했다. 그럼에도 책장이 잘 넘어갔던것은 분노와 궁금증이었다.
세길과 민현이 이뤄질 수 있는 사이인지, 죽기보다힘든 삶에서 빠져나오려하는 민현을 지켜보고싶게 되었다.
고등학교생활은 세길이 서울로 친척집에서 하게되어서 약간의 공백이있었다. 민현의 주변에 남자들이 너무 많아서 세길은 견딜 수 없어 떠나고 싶어했던 것이다. 끝까지 고향으로 가지 않았지만 세길은 수백통의 편지를 써서 자신이 갖고있다가 도저히 보관만 할 수 없어서 민현에게 결국 편지를 발송하게 된다. 책을 한권 만들어도될 양에비해 민현의 답장은 간단했다. 쓸데없이 시간보내지말고 공부해서 대학가서 만나자고.
민현은 연애같은건 사치라고 생각했던것일까, 주변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 남자가 싫었던것일까, 아니면 출세해서 잘 살고 싶었던걸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고 세길과 민현은 3년뒤 서울에있는 각각 다른 학교에 들어간다.
그 시기가 1980년이라 서울의 봄, 민주화의 물결속에 민현은 민주화운동에 나서고, 우연히 경찰에 잡힐뻔한 민현을 계속 뒤에서 지켜보던 세길이 구해준다.
민현은 초등학교때부터 세길과 웃으며 보낸날이 손가락에 꼽을정도로 짧았지만, 세길은 아주조금이라도 만족할 수 있었는지 민현에대한 깊은마음을 잃지않고 그림자처럼 민현을 따라다니는게 많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마음은 잃지않을 수 있더라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아하는 민현을 따라다닐 수 있다는게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회상을 하고있는 현재에서는 민현과 세길이 함께 자전거를타거나 생활하는 모습들이 조금나온다. 세길은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자신은 민현을 가지고싶은 욕망에 붙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럴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옆에서 바라보며 필요할 때 이용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게 겨우다.
대학생활이후에도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결말은 비슷하다. 민현이 진정 세길에게 마음을 다 주는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점이 연애의 달콤함을 별로 주지 못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우선은 주인공이 어렸을적에 시달렸던 가정폭력, 중학교시절에 겪었던 학교폭력, 독재계급과 그들의 부,명성의 유지를위한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모습과 그 속에서 권력의 강아지역할만 할 뿐 투쟁하지 않았던 세길과 같은 전경들, 비리가 만연한 사회속에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도덕적우월감을 느끼는 민현과 같은 사람들등등.. 이 소설은 조금은 얕은, 하지만 주제는 가볍지않은 역사적문제들도 함께 나와서 재미만으로 읽을 수 없었다. 연애의 달콤함보다 사회의 부조리에대한 씁쓸함과 권력의 하수인이 될 수 밖에없었던 나약한 민중들의 모습, 반면에 맞서싸웠던 연대했던 사람들.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주제는 세길의 민현에 대한 애틋한 신파같은 마음만큼이나 이 사회의 문제들을 고발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사회의 아픈면들을 직시하고 필요하다면 연대하고, 함께 고민하고 싸워야하는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간단히 소감을 한 줄로 정리해보자면, 이 소설에서는 훨씬 적나라하게 사회문제점들을 보여주고 독자를 고민하게 만들고, 거기에 세길의 끝없는 사랑까지 공감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