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필휘지(一筆揮之)라는 말이 있다. 한숨에 글씨나 그림을 줄기차게 쓰거나 그린다는 뜻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힐데군스트는 오랜 기간의 모험 끝에 '별들의 문자'를 터득하고,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는 문장을 시작으로 단숨에 책 한권을 집필한다(그게 바로 이 책의 제목인 '꿈꾸는 책들의 도시'이다).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얼마나 황홀할까? 나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맛본 기억이 있다. 바로 서평을 쓸 때다. 글을 쓸 때, '꼭 써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모니터를 쳐다보면 머리만 아프고 글은 잘 써지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방법이 바로 생각이 수면위로 떠오를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평소 잠들기 전이나 이동할 때 이런저런 생각이 번뜩일 때가 있다. 그동안 내가 책을 읽으면서 넣어놓은 다양한 재료들이 멋대로 섞여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쉼 없이 받아적는다. 이렇게 메모를 해두면, 나중에 근사한 글 한편이 만들어진다. 나는 평소에 머릿속에 집어넣는 이야기가 많을수록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인풋이 많아질수록 아웃풋이 많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책 한권의 서평을 쓰기위해서는 과거에 읽었던 대여섯 권의 독서 경험이 필요하다. 가능한 많은 재료를 부어야 좋은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소설 속 힐데군스트도 책 한권을 쓰기위해 무수한 양의 책을 읽었고, 부흐링들과 함께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암송했다. 아마도 '별들의 문자'는 내가 평소에 넣어놓은 많은 생각들이 멋진 문장들로 뒤바뀌어 나오는걸 뜻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