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초반의 군생활 중, 모든 자유를 박탈당한채 보낸 얼마간의 기간이 있다. 군생활이라는 것이 일정부분 자유라는 것으로부터 조금은 떨어져 있는 생활이지만,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자유도 유보된체 생활하는 그시간들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었는지 지금은 생각해보아도 별로 기억에 남는것이 없다. 낮엔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골아 떨어졌다는 생각뿐이다. 하루를 더듬어 보기엔 몸이 너무도 피곤했고, 내일을 생각해보기엔 사유의 폭이 너무나도 짧고 좁았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하루하루를 지겨워하며 보낸것은 제대를 앞둔 마지막 6개월 가량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자유의몸이 된다는 기대와 앞날에 대한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생각은, 관념은 그 자체로 머물뿐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과거를 부정하지도않는 어정쩡한 상태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후회와 각오를 번갈아 하며 그 시간들을 보내버린것 같다. 6개월이라는 눈앞에 보이는 세월들을 보내면서도 안절부절 하지못하고, 무너져 내렸던 나의모습이 그의 치열한 삶과 사유앞에 마냥 부끄러워지기만 한다. 이책 속에서 무기징역이라는 절망 속에서도 자신을 스스로 가다듬고,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독서와 사색을 통해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안목을 키워내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사유가 어떠해야 하는지, 또 성찰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보여준다.“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싶습니다.”물론 옥살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의 이야기이지만, 책을 읽고 사유를 하는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생각이다. 실천이 배제된 책읽기 보다는 차라리 사유를 하는 편이 더 낫다는 그의 말은, 끊임없이 책을 탐하는 나 자신에게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