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도에서는 버젓이 대리모 서비스가 행해지고 있다. 또한, 미국과 호주에서는 자신의 몸을 광고판으로 만들어 각종 기업의 광고를 문신으로 새겨넣는 사업도 있다. 저자 마이클 센델은 이런 현상에 대해 70년대부터 생기기 시작했지만 이 문제를 새롭게 고찰하는 작업은 한 번도 이루어 지지 않았음을 밝힌다. 즉, 대처와 레이건 정부에 들어서 성장과 번영으로 가는 열쇠가 정부가 아닌 시장에 있음을 천명한 이후 최대한 많은 것을 진열대에 올려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샌델이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학자는 아닐 수 있지만 범세계적인 공론화를 이끌어 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책에서 샌델은 여러가지의 사례를 제시하고 점점 상실하고 있는 정치의 기능에 대해 한탄한다. '자본'이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전반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면서 온갖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정치철학자 답게 결국 정치로 돌아 왔으며 정치적 문제를 흥미로운 주제로 이끌어 내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떻게 규정되는가. 대 철학자 마르크스는 “사회가 의식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는 전반적인 사회 제도를 결정하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정치도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가 되었다. 점점 더 강력하고 깊숙이.
개인과 그 개인이 갖고 있는 자본이 기준이 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선 국가 공동체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는데, 이제 돈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이다. 돈으로 계층이 나눠지는 분리된 사회는 이미 시작 되었다. 이런 공동체의 '무너짐'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좋지 않다. 정부는 더이상 실업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만 실업률에 관심을 쏟을 뿐이다. 정부는 경쟁에서 패한 국민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승리할 것만 요구한다. 실패를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샌델은 책 마지막에 민주주의에 대해 완전한 평등을 필요로 하진 않지만 다른 계층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차이를 견뎌내는 사회라 말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시장지상주의에대해 고찰해 볼 것이며 어느 것을 진열대에서 꺼내야 할지 놔둬야 할지 토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발전적인 토론이 샌델이 지향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희망임은 자명하다. 파멸의 가능성과 성숙의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