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수용소의 잔혹함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에, 프리모 레비는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 수용소 속 인간의 모습에 대해 말하고자 하였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간간이 웃는다. 화날 일이 생기고 기쁜 일이 생긴다. 자신도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남을 돕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배식받는 빵을 모아 '상업'을 하는 인간들도 있다. 상황이 안타까울 뿐, 우리가 사는 사회가 축소되어 나타나는 것을 느낀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작가의 생애 자체도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죽음의 수용소라 불리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나올 정도로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그는 말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참으로 모순이다. 무엇이 그를 살게 하였으며, 무엇이 그를 죽게 하였을까. 사람은 도대체 무엇때문에 사는 것일까. 이 물음 대한 대답은 독자들이 각자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