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기

>>
서평쓰기
>
수학과 수학을 둘러싼 것의 이중주.
저자/역자
Bentley, Peter,
출판사명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8
출판년도
2008
독서시작일
2013년 06월 10일
독서종료일
2013년 06월 10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스티븐 호킹의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나 호두 껍질 속의 우주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 책들을 읽으면서 휠체어에 앉아 우주와 소통하는 그가 간단하고 명료하고 흥미롭게 일반인을 위한 책을 써냈다는 사실에 연이어 감탄했었다. 벤틀리의 책도 호킹의 책과 비슷하다. 정확히 얘기하면 수학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수학사(史)에 관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당하다.


 


       어느 학문이나 처음부터 위대하진 않다. 비록 우리가 수학이나 물리같은 과목에서 뉴턴과 아인슈타인, 호킹, 파스칼, 페르마 등의 이름만으로 위대한 위인들을 떠올리고 더욱 진저리치긴 하지만 처음은 다들 초보적인 수준에서 시작한다. 다만 수학은 현대 학문보다 훨씬 오래전에 탄생했고 인류가 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탐구해왔기 때문에 그 양과 깊이가 다른 학문에 비해 많고 깊을 뿐이다. 이 책은 다른 수학 책처럼 문제를 풀 일은 거의 없지만 가끔씩 나오는 문제나 칼럼이 이해가 안되면 나는 바로 전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모를지라도 책장을 덮지 않고 계속 읽어나갔다. 따라서 제목만 보고 얼른 덮지 않기를 바란다. 읽다보면 우리가 지금 당연시 여기는 ‘0’ 에 대한 개념을 당시 뛰어난 수학자들이 거부하거나 이해하지 못해 논쟁이 오가고 0을 거부하며 심지어 건물을 불태우기까지 했으니 뛰어나다기보다 이견에 대해 우매하기까지한 그들의 모습에 대해 약간의 연민과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수학을 못하고 핀잔을 듣는다고 해서 전혀 기죽을 일은 아닌 것같다.


 


      책을 읽으면서 거듭 신기하다고 느낀 점이 두 가지있다. 하나는 수학자들의 꼼꼼함과 다른 하나는 수학 자체에 대한 경외로움이다. 근현대에 들어오면서 수학자들은 정말 꼼꼼했다. 치밀하고 차가운 동시에 뜨거웠다. 1+1이 2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몇 십장에 달하는 증명과정을 기꺼이 써 내는 위대함. 나는 고등학생 때, 수학 선생님이 슬쩍 보여주셔서 어깨 너머로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간단히 생각하는 개념이 절대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느끼며 동시에 경악을 했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과학의 언어로, 과학의 여왕이라는 수식이 수학에게 전혀 부족하지 않다. 탄탄한 개념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수학의 향연은 그 자체로 엄청난 축제고 설령 과학 분야에서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충돌할 지라도 그 개념을 설명하는 수학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위 논의에 이어서 두 번째점을 연결해서 말하고 싶다. 수식을 보면서 나는 이 머릿속 학문이 어떻게 실제에 다양하게 응용되는지 여러 의문을 가졌었다. 수학을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머리에서 더하고 빼는 이 일이 왜 실생활에서 중요하고 심지어 수학자 자신들만의 지적 유희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는 사람들이 세워놓은 규칙위에서 아는 사람들만이 이해하는 전개. 마치 실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지적 유희 학문같았다. 궤변의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머릿속 학문이 버젓이 현실을 반영하고 예측하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어떻게 이 점이 가능한가. 이 경이로운 일은 시대에 걸쳐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 컴퓨터부터 자동차, 비행기, 버스 환승 시스템, 지하철, 바코드까지. 나는 이 점이 수학의 엄청난 매력임과 동시에 거듭된 난관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구하게 만드는 모티베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사고와 현실의 거리와 괴리가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점일지도 모르며 그 점 마저 소멸될 위치에 있다는 점말이다.


 


       만약 음악에 가수의 음색이 없고 멜로디와 리듬이 없고 듣는 사람이 없다면 그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느낀 수학은 음악과 같다. 수학은 단순히 수만이 아니다. 수를 발견한 사람과 수를 응용한 사람, 수학의 설명력과 치밀함, 그리고 수학을 완전히 이해히지 못하지만 수학을 기꺼이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버무려진 것이다. 음악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수학도 이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한다. 아직도 수학이 복잡한 수만이라 생각하는가?


 


 

전체 메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