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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ARCHITECT
저자/역자
Patt, Doug,
출판사명
라이팅하우스 2013
출판년도
2013
독서시작일
2013년 06월 03일
독서종료일
2013년 06월 03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건축에 대한 정보를 아주 감각적으로 기술한 책이다. 건축에 필요한 요소들을 알파벳순으로 나열하여 그림과 함께 즐겁게 설명한다. 나는 건축에 관심이 있지만 두꺼운 책은 읽을 용기가 없어서 제목만큼이나 과감한 두께의 이 책을 선택했다.


 


          핸드북이 조금씩 출판되고 있지만 대부분 축약본이어서 책을 읽을 때 미묘하면서 약간 기분나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외서는 paper와 hard cover가 따로 출판되어서 들고다니면서 읽기에 아주 적합한데, 한국은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는 것같다. 건축 분야 책들은 엄청난 컬러판 사진들과 설명을 덧붙이기 때문에 들고 다니면서 읽기는 힘들다. 만약 지하철에서 내가 그런 책을 붙잡고 읽고 있는다면 사람들은 먼저 엄청난 불쾌함(책 모서리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책의 냄새때문에)을 느낄 것이며 그 다음으로 내가 책을 읽기 보다는 사진집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책의 형태 다음으로 눈여겨 볼 것은 이 책이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담은 내용이 충실하다는 것이다. 웬만한 만화책보다도 가볍고 얇은 두께지만 담은 내용은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제외하고 아주 실용적인 정보가 가득하고 읽기에 매우 흥미롭다. 좀 충격적인 점은 한국의 건축가들에 비해 외국의 건축가들에 대한 사회의 대우가 훨씬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원을 졸업하고 시험에 통과해서 얻는 다른 직업, 예를 들면 변호사나 의사 등에 비했을 때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보다 더욱 엄격하게 얻는 자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업에 비해 대우가 좋지 않다니. 유감스러웠다. 건축가의 노력이 변호사의 노력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는 데도 말이다. 저자는 이 대우 문제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대우가 아쉽긴 하지만 다른 강력한 욕구에 이끌려 건축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정말 기발하다. 아니면 건축 자체가 기발한 것일까. 휴 패리스가 제작한 뉴욕 데일리뉴스의 사옥 투시도는 기발함의 극치였다. 건축가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도면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단언컨대, 밑 설명을 보지 않고서는 사진이 완공된 건물이 아니라 빔으로 쏘아올린 투시도라는 점을 깨닫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컴퓨터보다도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그로 인해 건축가가 아닌 사람도 머릿속에 건물을 떠올릴 수 있었으며 그 점을 눈 앞에서 바로 확인하였다. 완성되기 전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덧붙임에서 작가는 업계의 현실을 단호히 전달한다. 건축가는 설계를 하는 사람이지만 건축은 설계뿐만 아니라 잡다한 일로 이루어져 있으며, 왜 이 건물을 짓는 지 물어보기 보다 공무원에게 통과받고 법안을 어기지 않기 위해 계단이나 창문과 같은 세부사항에 몇 년 씩 매달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 교양 강의에서 건축하시는 교수님이 미국의 건축가를 언급하며 한국의 건축 현실과 대조하기도 하셨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건축하기 힘든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히려 헛된 희망을 심어주지 않고 현실을 짚어주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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