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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걸: 수학푸는 여자
저자/역자
결성,
출판사명
동아일보사 2008
출판년도
2008
독서시작일
2013년 06월 01일
독서종료일
2013년 06월 01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나는 수학에 관심이 많다. 관심만큼 실력이 좋지는 않아서 전공은 수학과 전혀 무관한 전공을 선택했다. 주위 사람들이 대부분 취업 준비하는 고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취업과 다소 상관성이 떨어지는, 수학에 대한 어떤 미련이 있다. 완전히 거두어지지 않은 꺼림칙한 미련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수학에 관련된 글은 짧은 지식이나마 여러 번 탐독하였는지도 모른다.

 

    제목만 보고는 서가에서 휙 넘겨버렸다. 문과학생이 수학 책을 본다는 겉멋에 젖어서 수학걸은 전혀 어필이 되지 않았다. 출판사에 또 이목을 끌려고 제목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더 돌고 돌아 바로 지난 주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 내가 쌓아온 갖잖은 수학 지식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이게 뭐야.

 

    지금까지 읽은 410번대의 수학관련도서는 대부분 수학을 퀴즈형식으로 이용하거나 실생활에 이렇게 쓰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니면 아주 이해할 수 없는 저머나먼 우주의 세계로 혼자 떠나갔다. 확실히 겉멋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수학 비슷한 것과 거리가 꽤 먼 것들이었다. 덕분에 미련이 연장되어 이 책을 만나게 되었으니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 잘된 것이라고 치부할 수 도 있다. 비록 알고 싶은 욕구때문에 책을 펼쳐든 것만은 못하겠지만. 수학걸은 첫장이 수열이다. 게다가 인물들은 고등학생이다. 중등교육의 최고점, 수포자가 수학의 방대함만큼이나 속출하는 궁극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좋아, 스타트는 좋다. 수열 문제를 한 문제씩 풀다가 난관에 직면했다.

 

 ‘양의 정수 n이 주어졌을 때, n의 ‘약수의 합’을 구하는 방법을 제시하시오.’

 

    여기서 모르는 단어는 잘 없을 것이다. 제대로 고등학교까지 수학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하지만 나에게 이 문제는 그래서 더 딜레마였다. 분명 다 아는 정의고 기발한 문제도 아니다. 분명 교과서 어느 구석탱이를 차지하고 있을 문제다. 그 말은 즉, 나는 학교 다니면서 이해하는 척하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일정한 수식을 외웠다는 말이다. 아, 그런데 뭔가. 기억이 안 난다. 전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a4 두 장이 넘어갔지만 전혀 규칙을 알 수 없었다. 그 어떤 힌트도. 그 어떤 실마리도. 머리가 아파왔다. 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은 다 뭐란 말인가. 눈앞의 간단한 수학 문제도 풀 수 없으면서! 그것도 내가 제목만 보고 경시했던 책 첫 장에서!

 

      헛똑똑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자부심은 있었는데. 책도 읽고 문제집도 풀면서 수학을 전혀 모르진 않는다했는데.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혼자 풀어서 망정이지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얼굴이 빨개져서 뛰쳐나갔을 것이다. 그래도 자존심에 답보기는 싫어서 수식 한 줄 보고 책 덮고 하고 다시 흘낏 보고 또 하였다. 문제는 결국 풀었지만 저 한 줄의 문제때문에 엄청나게 지쳤다.

 

       하지만 이 경험은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고등학교 때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문제를 생각할 수 있었던 것 때문이기도하고, 무엇보다 엄청 짜증내면서 풀어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땀의 결실인 것 같다. 비록 한 문제지만 답을 볼까 보지 말까 하는 갈등속에서 천천히 푼 문제다.

 

     수학 전공자가 아니지만 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깨달은 바는 다음과 같다. 결국에는 끈기라는 것. 버티는 것. 자리를 박차고 책 반납하고 싶지만 그걸 억누르고 억눌러서 다시 문제를 보고 종이에 써 내려가는 것이 나에게 수학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련은 여기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수학을 저렇게 대해본 적이 거의 없다. 머리아픈게 지독히 싫어서 모르면 풀이 외웠다. 그리고 이 일관된 태도가 다른 과목에도 이어져 나는 지금까지도 공부할 때 끈기가 없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글이 있으면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라도 붙잡고 늘어지지 못하고 넘겨버렸다. 결과는 어느 누가 봐도 타당한 결과였다. 그 정도 끈기없이 그 점수가 나왔다면 교수님께 감사하다고 여겨야 할 그런 점수였고 그런 결과였다. 신기한 건 이런 내 태도가 스스로 싫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 과제는 오만했고 나태했으며 다른 좋은 의견을 고려하지 못한 골수꼴통이었다. 아, 더 나이들기 전에 바로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고집스럽지 않으며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 그것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어서 기뻤다.

 

    따라서! 앞으로도 수학 문제 푸는 것은 계속 될 거 같다. 버티기 위해서. 한 끝이라도 남은 미련을 두고 싶지 않아서. 하늘에 맡기고 싶지 않아서. 내가 만든 결과를 수용하기 위해서. 꼴통이 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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