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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저자/역자
강명관
출판사명
푸른역사 2007
출판년도
2007
독서시작일
2013년 05월 11일
독서종료일
2013년 05월 11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책 제목처럼 독서가들만 모여서 조선을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조선의 전반에 끼친 선조들의 정신이 주로 책에서 기인한 것이고 많은 독서가들이 조선의 단련과정에 한 몪을 했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자 단어들과 한문 책 제목들이 쏟아지듯이 나와 읽는데 자주 멈칫멈칫하며 읽었는데 단어나 도서명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를 중심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 시간을 끌진 않았다. 책은 주제와 내용을 가진 물건이지 결국 읽는 것과 그 뜻을 행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 주장이 강한 책이라 읽기 거칠기도했지만 그만큼 열정적으로 잘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복잡한 내용도 이해하기 쉬웠다. 그 다른 이점은 피상적 사실만 알고 있는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에서, 보지 못한 부분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예는 책의 초반부에 장황하게 설명한 활자의 발명에서도 볼 수 있다. 작가는 금속활자를 우리나라가 처음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조금 다르게 본다. 발명 목적과 그 결과가 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금속활자는 소량의 책 제조에 사용하였고 그 소량도 높은 관리를 제외한 서민들은 볼 수 없었다. 지식인들이 이익과 문화 독점을 위해 그것을 만든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일반인에게 성경을 배포하기 위해 만든 구텐베르크의 활자가 더 의미있다는 말에 조금은 공감이 간다. 하지만 금속활자를 만든 것을 하나의 기술적 측면으로 보았을 때 옛 우리나라가 세상에 내세울수 있는 인재와 기술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부정만 하는 것은 좋지 못한 태도인 것 같다.


 책 제목에 한 없이 공감하게 만들듯 책에는 이의현, 허균 등 장서가(책 수집가)와 세종대왕, 정조 등 다독가들이 많이 나온다. 장서가가 책을 수집하는 노력과 의지는 대단하고 다독가들은 책만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자신의 철학을 세우고 또 실현하려 노력했기에 칭찬할 만 하다. 그들의 위대한 업적도 중요 하지만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몇몇 인물들에게 더 관심이 갔다. 영의정이었던 최석정은 책에는 주인이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책에 장서인을 찍지 않았다. 또 책을 빌려간 사람에게 독촉하지도 않았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책을 연구하는 작가는 그가 책의 소유에 무딘 사람이라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책이 파손되거나 구석에 처박히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조바심 주거나 가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책을 나누어 읽는 정신은 궁극적으로 책 읽는 사회에 중요한 정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책 한편에선 작가가 옛 고서들을 도서관에서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며 한탄하는 모습이 보이기에 조금 웃기기도 하다.


 이덕무라는 인물도 꽤 머리 속에 각인 된 인물이다. 그는 그 지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서를 좋아한 인물이다. 읽다 보면 그의 책 사랑이 어느정도인지 알 할 수 있다. 마치 하나의 책을 볼 때마다 그와 혼인하여 기쁨을 누리는 낙천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책에 대한 예의도 중시하였는데 장서가들이 책만 모으고 책장만 꾸미지 스스로 읽지 않거나 빌려주지 않는 것을 비난한다. 맞는 말이기도 한데 그가 장서가들에게 책을 빌리지 못한 한도 느껴지고 또 그의 책 사랑도 다시 한 번 느낄 수가 있다. 이덕무가 중국의 유리창(거대 서적시장)을 방문했을 때 감탄한 나머지 책들의 제목부터 허겁지겁 적었다고 한다. 작가는 연암 박지원을 그보다 높이 평가하면서 박지원이 유리창을 처음 접한 후 그 부실함과 허무감을 느끼는 것을 ‘선각자가 고독감을 토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덕무가 본인과 비슷한 행동을 하기에 동질감이 들고 박지원은 보다 순수함이 없어 보인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처음보는, 관심있는 책들을 보면 흥분하고 눈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자연스런 모습이라 생각한다. 자만심이었는지 모르지만 박지원 같이 모든 책의 이치를 통달한 듯 말하고 슬퍼하는 것보다 여러 분야의 책에 흥미를 느끼고 기뻐하는 이덕무의 모습이 더 이상적으로 보인다.


 남들이 꺼려하는 일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옛 역사를 복구하는 일은 축복 받은 행위라고 들은 적이 있다. 비록 그 과정에 여러 생각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정신과 노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이 두껍고 스르륵 넘겨보기만 해도 막막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읽어 보는 것도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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