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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부호층의 삶과 육아법,<내니의 일기>
도서명
저자/역자
McLaughlin, Emma
출판사명
문학사상사 2004
출판년도
2004
독서시작일
2013년 04월 11일
독서종료일
2013년 04월 11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책 제목의 ‘내니’란 nanny라는 단어로 유모를 뜻하지만 번역가는 그대로 내니라는 호칭을 책 내에서도 (주인공의 이름이 아니라도) 계속 쓰는데 제목의 내니는 주인공의 이름을 뜻하기도 하지만 뉴욕의 부유층에서 일하는 유모의 특성을 부각시키고 일반 유모와 구별하기위해 사용한 듯 하다. 앞 문장에서 보았듯 뉴욕의 ‘내니’ 특별한 일을 한다. 고용인이 자기 몸을 챙기는 동안 아이를 돌보고 레스토랑 예약이나 파티 준비 등 잡다한 일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냥 일꾼으로 보는게 나은것 같다.


 


 ‘작가들’은 이야기하기에 앞서 ‘내니’가 어떤 상황을 접하는지 머릿말에서 작은 일화를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운다. 예비 고용인은 한두번 ‘내니’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숙련자와 같이 면접을 대한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은 고용주인 여성으로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냉정하고 잔인하다기보다 거만하고 남을 얕보며 허위의식이 들어차 정상적인 인간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숙련자가 알려주는 법칙 1: 고용주의 환영을 기대하지 말라. 그들은 처음부터 관계를 세우기위해 누가 더 높은지 말없이 보여준다. 법칙 2: 추천서는 보지도 않는다. 백인이고 외국어를 할줄알며 부모, 본인 모두 학벌이 있다면 만점이다. 법칙 3: 고용주, 주로 부인들은 무엇이든 잘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 먹는것보다 변비약으로 나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의 몸보다 겉치레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 세가지 법칙만 보아도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보여주고 어떤 상황을 겪으며 어떤 일을 해야할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 부인의 언행은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이런 부류의 공통적인 모습이며 작가가 이런 실화를 찾고 연구한 바탕으로 만든 소설이므로 이 책에서 보는 것이 관심있게 보고만 넘어가야 할 사항은 아니다.


 


 주인공인 내니는 뉴욕대 아동학과를 다니며 친구와 자취생활을 하는 예비 졸업생이다. 집세와 생활비를 벌기위해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한 센터에 광고를 내고 빗발치듯 문의가 들어온다. 그중에 인연이 있는 ‘엑스부인’를 택하고 네살쯤 먹은 그녀의 아들 ‘그레이어’를 돌보게 된다. 그레이어를 돌볼 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듯이 여러 잡다한 상황을 겪는다. 내니는 그레이어의 인격을 접할 뿐만 아니라 엑스부인, 엑스씨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의 인격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나 그들의 삶이 일그러져 있는지 새삼 깨닫고 다시 일을 계속하기위해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듯 넘어간다. 그것이 이곳에서 비교적 많은 돈을 받으며 명을 유지하는 씁쓸한 방법이다.


 내니는 그레이어가 난폭하고 도피하는 행동을 보이며 무작정 예의없는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정말 착하고 평범한 아이들과 다름없는 사랑스러운 아이임을 알고있다. 역시 문제는 그 부모와 환경인 것이다. 처음에 그레이어는 내니를 만나자마자 낯선 사람임에도 공격하고 놀리며 도망치는 등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레이어는 여러 ‘내니’를 거쳤고 그들 또한 갑작스레 사라졌다. 하지만 ‘내니’가 주변에 없었던 적은 없다. 그러니 처음 만난 ‘내니’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새로온 ‘내니’가 원래 있던 친근한 ‘내니’를 밀어내는 듯한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한다. 어린 마음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상처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엑스부인은 이 사실을 모를 것이고 알더라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을까 한다.


 엑스부인과 엑스씨, 그 부류들이 하는 행동의 하나하나는 언급하지 않고 싶다. 모두가 부정적이고 꺼리는 장면인데다가 그것을 다시 떠올려 굳이 논평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또렷한데 정답 또한 분명하다. 하지만 그 정답으로 가는 길이 개인으로서는 이루어나가기에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런 부패한 모습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서 지워야할 일은 아니다. 분명 우리도 이런 모습을 보고 (비슷한 상황은 아니지만) 자신과 비교해보고 깨달음을 얻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삶의 작은 일부분이더라도 분명 본인과 같은 이런 표상적인 허위의식에 빠져 비슷한 삶을 살기원하고 조금이라도 그들의 삶의 모습을 닮기 원하는 사람이 더러 있지 않을까한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이야기가 막 끝나갈때 쯤으로 내니가 엑스부인으로부터 해고의 언도를 들었을 때 부터다. 머릿말 끝에 ‘일을 너무 잘하면 잘리는게 내니의 숙명이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아 무심코 넘어간 적이 있다. 그것을 이야기가 막 끝나갈때 쯤 알게된 것이다. ‘내니’가 일을 잘하는 것, 다시 말해 아이와 극도의 친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 고용주가 ‘해고’라는 카드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다.(내니가 엑스부인의 작은 요구를 거절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이지만) 그레이어가 잠든 중에 작별인사도 못하고 억지 이별을 당하게된 내니는 허탈감에 빠진다. 우연히 알게된 엑스부인이 설치한 내니용 몰래카메라를 들고 엑스부인을 향해 분풀이를 여러번 하지만 결국 테이프를 지우고 그레이어를 제발 올바르게 봐주고 키워달라는 당부의 말을 공손하게 한뒤 문간을 나서기 전 허공에 대고 그레이어에게 작별 인사를 전한 뒤 떠난다. 본인에게는 정말 상상만 해도 아쉬움과 한탄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몇개월 동안 자기 자식처럼 키운 아이를 못미더운 사람들에게 맡기게되는 이런 악덕한 상황이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적절한 묘사로 정말 자연스레 공감하게 만든다.


 


 번역도 잘 된것 같지만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 때문으로 정말 세밀한데 모든 사물과 상황에 세밀한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잘 잡아내고 주인공의 진실된 감정표현을 잘 나타낸 덕분이다. 서평을 쓰는 본인은 책보다는 영화를 먼저 보았다. 영화를 알기에 무작정 짚은 책중 하나이다.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영화 또한 보기를 권하는데 둘중 무엇을 먼저 보든 상관 없고 둘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영화를 먼저 보았더라도 책을 보면 또 집중되어 상상력을 깍아먹는 일은 없을 것같다.) 내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무엇보다 결말이 다르기 때문에 둘다 보게되면 아쉬운 점은 없어지리라 생각한다. 본인이 읽은 책은 2004년에 출판되었고 책 표지에 ‘<뉴욕타임스> 2년간 최장기 베스트셀러! TV 드라마화 & 영화화 결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내용이 정말 좋았던 책이기에 보기는 좋지만 한편으론 너무 상업적인 모습으로 유혹하는 듯해서 언짢기도 하다. 이런 식의 ‘수와 명성에 치우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보다 순수한 호기심을 일으켜 책을 읽는 와중이나 읽은 후에 ‘아!’, ‘음~’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게 마땅한 책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냥 재미로만 남기고 책을 덮기에는 이 책을 읽고 독자가 생각하고 남겨야 할 것이 정말 엄숙하고 심사숙고 해야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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