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위하는 『인생』, 『가랑비 속의 외침』, 『허삼관 매혈기』 등을 펴낸 중국 제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 중 내가 읽은 『허삼관 매혈기』는 주인공 허삼관이 목숨을 걸고 피를 팔아서 인생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로, 당시 출간하자마자 베스트 셀러 순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허삼관이 첫째 아들 일락이가 하소용의 아들인 것을 알고 복수심에 둘째 아들인 이락이와 셋째 삼락이를 앉혀 놓고
“너희들이 큰 다음에 가서 하소용이 딸들을 강간해 버려라. 이 다음에 크면 어떻게 하라고 했지?”
두 아들이 대답했다.
“하소용의 딸들을 강간하라구요!”
허삼관은 큰소리로 웃고 난 후 이제는 피를 팔러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내용을 보면 아버지가 자신의 자식들로 하여금 미래에 성폭력 가해자가 되라는 무서운 내용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도중에 저 내용을 본다면 심각하고 몰상식한 내용이라고 하기 보다는 웃겨서 허삼관 처럼 큰소리로 웃게 된다. 내가 책 속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으로 뽑은 것도 이 부분이다. 이 부분이 웃긴 이유는 하소용이 자기 아들의 진짜 아버지인 것을 알았지만 대놓고 찾아가 복수하지 못하고 뒤에서 나머지 자식들에게 하소연하며 작은 복수를 하는 허삼관의 성격 때문이다.
주관적으로 봤을 때, 주인공 허삼관은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는 유머러스하면서도 가정적이고, 돈도 잘 벌어오며, 아내와 자식들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다. 남의 아들인 일락이만 빼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냉정한 면이 보이지만, 결국 일락이에게 국수를 사주는 것을 보면 남들의 시선을 생각해서 냉정해지려고 하지만 결국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가 보인다. 책의 절정 부분에서 일락이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하루걸러 계속 매혈을 하는 것에서는 힘들고 지친 가장의 모습 보다는 자식을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는 아버지의 부정이 더 부각된다.
허삼관의 소심하고도 애정 어린 성격을 다른 인물들과 희극적으로 풀어 그의 일생을 담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재밌다는 것이다. 책 속 한명 한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당시 중국의 시대상과 매혈을 해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심각한 내용에도 불과하고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문체는, 얇은 책이 아님에도 불과하고 쉽고 재밌으며 책을 쉬지 않고 술술 읽어나가게 했다.
책을 읽은 후 보름가량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나는 물을 마시거나, 헌혈을 할 때면 허삼관이 생각난다. 물 한잔을 마시는데도 이렇게 물을 마시다 오줌보가 터지면 어쩌지 하는 괜한 걱정을 하면서 웃는다. 아마 앞으로도 물을 마시다가 가끔 허삼관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활 속에서 가끔씩 생각날 만큼 기억에 남는 책은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