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처음 도서관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손이 간 것은 외국 문학 서적에 꽂혀 있는데도 적힌 ‘한국’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애국심인지 왠지 모르게 생기는 한 민족 간의 우월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책을 대충 넘기며 읽어보니 그냥 읽은 부분에서만 봐도 작가의 말투가 진실성 있게 느껴져 더 읽고 싶어졌습니다. 잘 묘사하고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느껴지는 진실성이 아니라 누가봐도 건방져 보이는 말투를 하고 거만한 의식을 가지는 것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옛날의 부끄러운 모습을 속이지 않고 누구나 당시에는 그렇듯 당연하게 표현한 것이 저에게는 더 솔직해 보였습니다.
이 책의 대부분의 주제는 감옥에서 본 한국 감옥의 사회를 조명하고 그런 타국의 감옥 생활을 이렇게 저렇게 버텨가며 3년 6개월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더 관심있게 본 것은 감옥에 가기 전, 들어간 직후와 나온 후 바뀐 생활이었습니다.
꽤 부유한 미국의 중산층에서 자란 작가는 무엇보다도 강한 독립심을 가졌고 때문에 나이가 차자 무작정 외국으로 나아갑니다. 따라서 배운것도 많았고 책에서 문학 작품의 일부를 자주 응용하기도 합니다. 20대가 되어도 부모에게 의지하고 부모도 여전히 자식을 올바로 잡아주기 위해 살아가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에 문화적 이질감도 많이 느껴지고 그런 생활 방식의 장점도 보이지만 우리나라 문화에도 적지 않은 장점이 많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쉽게 끊을 수 없고 언제나 의지 할 수 있는 가족간의 유대감입니다. 물론 자존감과 독립심이 몸에 밴 문화에서는 이런 장점을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쉽게 영어강사 직업을 구하고 많은 돈도 벌게 된 작가는 마약 밀수를 하고 우연찮게 경찰에 걸려 유죄를 증명하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온통 영어가 부실한 사람들과 맞닥뜨리고 답답한 상황을 겪으며 열악한 환경에 깊은 불만을 토로하는 작가의 태도는 이기적이고 거만해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후진국인 곳에서 부끄러운 일을 당하게 되어 그럴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감옥 생활을 하기 전까지 작가가 미성숙한 모습을 많이 가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처음 감옥에 들어갔을 때 작가가 묘사한 그 심경은 정말 관심을 가지고 보기에 충분한 장면입니다. 처음 감옥이라는 곳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것도 첫 불법행위에서 잡힌 그이기 때문에 감옥은 더욱 낯선 곳이 었습니다. 유일한 위안이 그나마 있었던 소수의 외국인 범법자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작가는 고립감, 문화적 이질감, 왠지모를 부당함, 피해의식, 혹시나 하는 도움의 손길 등을 생각하고 이럴 때에 우리도 했을 법한 생각을 하기에 친근감이 느껴진 대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가족들 마저도 아주 먼 거리에 있고 대사관에서도 도울 방법이 없어 포기하였으니 얼마나 그의 심정이 절박했을지 같이 겪어보진 못했지만 자세한 묘사를 통해 약간이나마 느낄수 있었습니다.
감옥에서 그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던 중 농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죄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일환으로 하는 간단한 물품 제작 과정에 일꾼으로서 참여하면서 감옥에서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타국의 언어를 배우며 괴로운 철장에서 벗어나기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는 특히 그곳에서 만난 모든 죄수들에게 존경 받는 한 무기징역 죄수를 보고 남다른 카리스마를 느끼게 되고 그의 정직함과 열정에 그 또한 존경심을 가지게 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미국의 감옥은 무질서하고 여러 파가 나누어져 서로 수시로 충돌하며 야만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 죄수들이 많은 장소로 알고 있습니다.(물론 모든 죄수, 모든 감옥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따라서 작가가 보기에 위계질서가 잡혀있고 서로 최소한의 존중을 할 줄 알고 누군가를 존경할 줄 알며 누군가로부터 올바른 의식을 배우려고하는 의지가 있는 우리나라의 감옥 내 문화가 얼마나 신기한지 저는 대충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감옥 내 생활에 관한 모습은 전혀 몰랐지만 이 정도의 질서가 있고 규칙이 있었는지는 이 책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감옥 안이라 할지라도 일반인들의 사회를 많이 반영하는 듯하여 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 세가지 중 하나는 한국에서 사귄 여자친구 ‘로켓’과 작가가 투옥 생활 때문에 헤어지게 되어 만나지 못한 것, 후에 만나고 나서도 서먹서먹해져 친구를 잃게 된것입니다. 또 하나는 ‘그린’이라는 전직 미군으로 일순간의 정신이상으로 자신의 두 자식을 살해하여 투옥된 나이 많고 덩치 큰 외국인 친구로 불온한 성장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많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자신의 죄를 크게 뉘우치는 불쌍한 인물입니다. 후에 그는 감옥에서 나오고 미국으로 추방당해 근근히 생활하던 와중에 병을 얻게되고 작가와 가끔 연락은 했지만 결국은 낙관적으로 자포자기한 가운데 병실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습니다. 정신적 압박이 상당한 환경에서 살아온 피해자로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돕고싶어하는 저에게 이미 세상을 떠난 이 사람이 정말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것 하나는 작가가 한국에서 추방을 당하고 총 4년을 보낸 한국을 그리워하며 잊지 못하고 다시 찾기를 갈망하는 것이며 감옥을 나온 후에도 바뀌지 않는 한국에서의 습관들을 보여주며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비록 한 순간의 판단 실수로 불법을 저질렀고 정당한 재판을 받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한국은 비록 강제적이긴 했지만 그가 삶의 지혜를 실질적으로 배우게 된 곳이었고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고 3년 반 동안의 많은 정이 있었던 곳이기에 한국은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크나 큰 실수의 대가입니다. 그는 “나를 키운건 8할이 한국이었다.”라고 할 정도로 많은것을 배웠고 스스로도 성숙해졌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투옥과 추방될 만한 상황이 아니면 한국에 정을 느낄 기회가 없기 때문에 불가분의 관계인 것 같아 더욱 안타깝습니다. 아마도 그는 한국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감옥에 있었던 소소한 한국의 사회생활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이 책은 얼떨결에 겪게 된 감옥에서 우리나라를 조명한 수필입니다. 제가 뉴스기사나 다른 수필 등에서 접한 내용과는 다른 상황이었기에 특이한 장소를 환경으로하는 이 책을 읽은 것은 정말 참신함,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비록 작가가 정말 이 책을 읽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느낌을 주기위해 굳이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