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도 다가오고 굳이 중간기말고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영어나 자격증시험에 바빠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우리에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것들을 이 책의 기준으로 보면 외향(Extrovert)에 가깝다. 타인에게 자신이 이러이러한 능력이 있다고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 도구들이다. 면접에서 영어PT를 요구하면 당당히 떨림없이 PT를 요구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수줍음과 조용함을 보이면 탈락 사유가 된다.
나는 조금 이상하다. 우리 대학생들 말고도 한국에 있는 전국 대학생들 거의 모두가 이런 절차를 향해 의심없이 걸어가고 있다는 게. 한 편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똑같이 스펙과정을 밟을거면 과는 왜 나눠놨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문과는 과필요없고 학벌! 이라는 소리를 들은 게 최근이 아니라 몇년전도 더 된 일이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모두가 리더쉽있고 모두가 어디나가서 말 한마디 해야하고 모두가 어느 모임에서나 진행을 할 줄 알아야 하며 모두가 남이 툭 치며 자기소개 좀 해보지? 라고 하면 당황하지 않고 얼굴붉히지 않게 술술술 읊어대야 하나? 나는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100명중에 70명만 떠들어도 소통이 안될 판인데 그보다 더 높은 비율로 누구나 이것저것 떠들어대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떠들 사람이 있으면 들을 사람도 그만큼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시대에서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조용함, 섬세함, 예민함등이 실제로 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고 있는 책이다. 매우 내향적인 글쓴이의 체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글쓴이는 월가의 변호사였는데 협상테이블에서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고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조목조목 반박한다. 감정이 과잉될 뻔한 곳에서도 침착하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듣고 반박을 이어나갔다. 결과는 승리였다. 협상 자리에서 테이블을 치고 발을 구르고 몸을 앞으로 들이밀며 외향적으로 의견을 관철시키려했던 은행가들에게 그녀는 콩닥콩닥 뛰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자신이 준비한대로 연습한대로 묵묵히 밀어부쳤다. 협상 후에 스트레스를 푸느라 거의 하루를 다 보냈다고 했지만 이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무엇보다 감정을 통제하고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외향적이고 톡톡 튀는 개성있는 사람을 선호해서 분명 나처럼 괴로운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나는 그렇게 하면 속이 불편하고 지쳐서 준비해온 것도 까먹는데…… 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학교에 가면 활발하게 자기가 공부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주눅들고 내가 해 왔던 공부가 잘 되고 있는 건지 불안하고, 그러나 다시 책을 잡고 혼자 몰두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제목을 명상대신 이 책을! 이라고 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마음의 평안을 주는 명상만큼 이 책도 마음에 위로를 전달해서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주눅들지 않도록 격려할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받았던 따스함을 당신도 함께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