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작가님의 끌림이 발간된지 몇 년 된것 같은데 개정판까지 나왔다고 해서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읽었을때가 고등학교 때인데,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싶다.
시간이 흐른만큼 나는 책을 읽은 권수도 많아지고, 못해도 어렸을 적 보단 겪은 일들이 많아 그런지
예전보다 읽으면 읽을수록 문체의 세련됨과 깔끔함을 가득 느낀다.
마치 식상한 요즘 노래를 듣는것보다 가사가 주옥같은 울엄마 시대의 노래를 듣는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작가가 여행하며 쓴 책인데 여행책이라기 보다는 여행하면서 작가가 느꼈던 생각과 느낌을
정갈한 사진과 함께 정성스럽게 써내려간다. 혼자, 혹은 여럿이 여행을 해본 나도 그 느낌을
알 것 같아서 내 책 같기도 하다. 정해지지 않은 책의 틀안에서 친구에게 엽서받는 느낌이 든다.
이 곳은 어떠하고, 여기는 어디라는 말은 없다. 뭘 해야하고, 어디를 방문해야하며, 이걸 먹으라는 말도 없다.
제목처럼 끌림, 끌리는 순간의 기록이랄까. 책을 읽는동안 나도 그 순간에 매료되어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고, 웃고, 또 내 추억을 되새겨보기도 하며, 도시에 이끌려 골목에서 헤메인다.
챕터 하나하나마다 작가와 어딘지 모를 그 곳을 느낄 수 있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말이다.
여행에서 참 선입견이나 기대라는게 얼마나 쓸모없는 감정인지를 잘 안다.
난 이걸 보고 싶었는데 혹은 난 이런걸 기대한 것이 아니었는데 혹은 이런건 못봤었는데 하는
여행을 망치는 감정들이나 인터넷에 떠다니는 글들 때문에 혹시 여행에서 진짜 봐야 할 것을
못보거나, 못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들이 충분히 그 곳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말이다.
선입견 없고, 간결한 설명 덕분에 나는 그곳을 상상할 수 있었고,
그곳을 보고 떠난 수많은 이들 중에서 가장 다르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고,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고 구경한다.
내 맘에 가득차는 말들로 채워진 끌리는 책에 가장 충격받은 구절 하나가 있다.
순간 내 인생에게 굉장히 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의무감, 불성실, 후회, 반성이 섞여
내 마음에서 꽤 오랫동안 태풍처럼 휘몰아쳤다.
당신은 당신이 주인이었던 많은 것들을 모른 척하지는 않았던가
오늘 같이 마음이 이상하게 뻥 뚫린 봄날씨에 끌림을 들고 어디론가 나서고 싶다.
내 꽃가루 알러지와 재채기도 함께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