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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의 속도
저자/역자
출판사명
출판년도
독서시작일
2013년 03월 27일
독서종료일
2013년 03월 27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문득 자기계발서를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어디를 따라가면 될까? 과연 이 사람이 단언한 것처럼 현실이 그렇게 풀어질까? 실패하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이런 의문은 단호한 어조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책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매우 더해져만 갔다. 정말 이 의문에 시원히 답해줄 사람이 있을까?


 


    강원도 산골에 사는 90세가 넘은 할머니. 할머니의 농장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도 될 정도로 매우 다양한 꽃과 나무가 산다. 몇마리의 강아지를 키우며 아직도 가마솥에 밥을 직접 해드시는 부지런한 할머니. 매주 금요일마다 마을회관에서 자신이 준비한 인형극을 여는 할머니. 한국에 이런 할머니가 있다면 믿겨지는가?


 


    내 생각엔 한국엔 아직 이런 분은 안계신거 같다. 윗얘기의 무대를 그대로 미국으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버몬트주에 사는 90세가 넘은 할머니. 할머니의 정원은 일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30만평의 대지 .손수 천을 짜서 옷을 해 입고 화덕에 빵을 굽는 할머니. 마리오네트 인형과 인형 집을 만들고 어린이를 초대해 정기적으로 인형극을 여는 할머니. 바로 타샤 튜더다.


 


    이 할머니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기이할 정도로 산다. 일단 나로서는 90년을 넘게 사셨으면서 허리가 굽지 않으신게 신기하고 쉬지 않고 정원일과 집안일을 하시면서 어디 몸 하나 안 아픈게 신기하며 봄이면 그 넓은 정원을 맨발로 걷고 욕심나는 식물의 씨앗은 영국에 건너가서라도 구해오시는 그 열정이 마냥 신기하다. 심지어 집까지 아들과 협력해서 지으셨단다. 이쯤되면 왜 그렇게 사시냐라는 질문이 턱까지 올라온다.


 


    아니 그냥 이것 저것 아들내외도 있겠다 맡겨놓고 잠도 좀 길게 자시구 빵도 사서 드시고 하시지, 그 추운 겨울에 얇은 옷을 이불이 될 정도로 껴입고 정원을 시시때때로 보는 건 또 뭣이고 아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오로지 책과 삽화 수입으로만 생활을 이어가시다니. 아, 정말 책에 나오실 만한,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독특한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봤을 때는 이런 데 할머니는 이런 점을 눈꼽만큼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이 책은 다른 시리즈와 달리 할머니의 수필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위의 행동들은 힘든 행동이 아니다. 할머니의 생활이며 내가 눈뜨면 학교 갈 생각하듯이 할머니는 눈 뜨면 정원 돌볼 생각을 하고 저녁이 되면 삽화를 그릴 뿐이다.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할머니는 정원과 집안의 일로 자신을 표현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버몬트 주에 가서 할머니를 만나뵙고 하룻밤 머물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내가 얼마나 단조로운 기준으로 남을 평가했던가. 심히 반성되는 부분이다. 어디서 누가 난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했어요 하면 나도 그때 일어나고 어디서 또 누가 하루에 10시간 이상은 해야 된대요 해서 하루종일 불안감에 시달리며 공부를 하고. 정작 그 공부를 하는 나를 볼 시간은 30분도 주지 않았으면서 공부에만 그 잡념을 쏟아 넣었는지. 당연히 공부도 잘 안됐다. 헛똑똑이처럼 결정론이나 뭐다 이런 말만 주구장창해대고 개념을 연결도 못 시켰고 무엇보다 누가 나에게 이 공부 왜 하니 라고 물었을 때, 그냥 살려고,장학금받아서 돈 안낼려고 한다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하루에 1시간. 그게 내 집중의 끝이다. 다시 반복할 수는 있어도 중간에 쉬지 않으면 필히 다른 생각한다. 지금 내 위치가 그 정도 밖에 안되면서 어디 단시간에 뭐좀 해보겠다고 10시간을 갑자기 매달린단 말인가. 10시간 완전히 집중도 못하면서! 앞뒤 다 짜르고 10시간 앉아 뭉개서 며칠버틴다고 마치 내가 뭘 해낸 것처럼 오만했다. 그 독하고 비뚤어진 마음이 이 책을 보며 살살 풀렸다. 자신의 삶의 속도를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일생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 속도를 높이느냐 낮추느냐는 두번째 문제다. 내가 내 삶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이 반복되고 있는가? 나는 그 속에서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가? 나는 그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가? 내가 성장하지 않고 남이 정해준 속도는 의미없다. 못 쫓아갈 뿐더러 기어이기어이 쫓아가면 남이 탄 그 차는 이미 또 다른 데로 떠나고 없고 내 신발 한 짝은 어디가고 없고 내 옷도 다 찢어지고 눈물밖에 안난다. 게다가 꺼이꺼이 울면서 와 놓고 이게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아무 생각없이 차가는 방향으로 오다보니 이렇게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자신의 길에서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뒤돌아보면 그 길이 자신의 역사가 되기 때문에. 자기계발서에 기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쉽게 얻으려 했던 것은 나의 실수였다. 어느 책이라도 나에게 해당되는지 안되는지는 나만이 안다. 그런 성찰없이 글자 후루룩 읽어 놓고 나는 이 책을 읽었다라고 했다. 부끄럽다. 내 속도는 얼마일까, 나는 하루에 얼만큼 달릴 수 있을까. 오늘 내가 가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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