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구름잡기보다, 이것 저것 들리는 그렇다더라라는 풍문보다 철저한 검증을 거친 진짜 논리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세계화는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도 넓고 심지어 점점 더 그 분야를 넓히고 있어서 세계화라는 말은 써도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가 언론을 통해 주로 듣는 이야기는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극단적인 입장뿐이고 사실 두 이야기를 균형있게 듣기가 쉽지 않아서 한쪽말만 듣고 반대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양의견을 균형있게 수용하고 비판하고 있다. 다보스는 세계화를 지지하는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장소며 포르투 알레그레는 반세계화를 지지하는 세계사회포럼이 열리는 장소다. 저자는 세계화를 단순히 두루뭉술하게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영역과 자본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먼저 세계화의 개념을 정의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국제무역이 선진국과 개도국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다소 과장된 점을지적하며, 그리고 자본의 자유화(금융자본의 국경을 넘어선 이동)로 인한 투자에 대해 보고서,논문,문헌 등을 통해 검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위 논지를 한국사례에 적용해서 풀어쓰고 있다.
균형있게 논지를 전개하고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풀어쓰는 필자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필자가 세계화를 찬성하는 입장이기 보다 반대하는 입장에 가까우며 반세계화가 세계화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나는 필자의 의견이 은근히 드러난 이 점이 매우 좋았다. 만약 양 측의 이론을 설명만 했다면 이 책의 매력은 반감되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한 장 한 장 탄탄하고 다양한 근거 이론과 그래프로 채워갔기 때문에 필자의 방향이 없었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더욱 더디고 힘이 들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독자는 이론과 사실의 나열만 보면서 마음이 혼란으로 가득찰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점으로 내가 생각하는 점은 세계화에 있어서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力說)했다는 점이다.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영향은 초국가적으로 받아들여 질 때가 많다. 즉 국가 간의 차이가 거의 반영이 되지 않는 말이다. 마치 세계화의 영향이 어느 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정한(certain)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반세계화도 마찬가지로 반세계화의 흐름은 전세계적이며 개도국의 입장을 한결같이 반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하지만 필자가 지적했듯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각국의 제도와 정책, 그리고 부패의 정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세계화의 효력은 악이 될 수도 있고 선이 될 수도 있으며 반세계화도 그들의 믿음과 달리 실제로는 선진국민들 중심으로 운동이 이루어지며 정작 정말로 가난한 후진국민들은 세계를 누비는 시위와 운동에 참여하기 힘들다. 세계화가 탄생한 배경이 정치배경적인 것을 감안할 때 어쩌면 제도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논지일지도 모르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당연히’ 간과하고 있었음을 생각할 때 세계화든 반세계화든 그 논리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세계화에 대해 많은 책이 있지만 이 책만큼 데이터가 풍부하고 이해하기 쉬운 책은 드문 것같다. 덧붙여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명제와 실제사례의 서술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