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시민사회와 NGO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NGO는 지난 학기에 국제기구 수업을 들으면서 어렴풋이 감을 잡았었다. 시민사회는 조금 낯설었다. 생소하고 이름만 들으면 마치 운동권에 마구 뛰어들어서 매일매일 시위와 청원을 하며 보낼 것 같은 상상을 했다.
이 책은 수업계획서 책 목록에 올라와 있는 책들 중 하나다. 교수님께서는 이 책이 시민 사회에 대한 이론적 개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실제로 국가와 시장과 시민사회간의 영역을 구분하고 서로 간의 관계를 두루두루 살펴보고 시대별, 국가별로 살펴본 것은 시민사회 수업을 들을 때 이해도를 높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서평을 쓸 지언정, 추천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이 서술하는 각 학자들의 이론 요약과 한 논점에 대해 대조적으로 의견을 실어놓아서 독자로 하여금 균형잡힌 시각으로 시민사회를 보게 하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나같은 학부생, 특히 사회학같이 다루는 주제가 매우 다양하고 넓은 분야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NGO와 시민사회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가는 현기증이 일것 같다. 차라리 다른 책으로 대체해서 보라고 할 정도로.
시민사회를 단편적으로 보지 않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는 알겠으나, 앞에서 말했다시피 너무나 많은 이론가의 개념이, 그것도 시대별로 꼼꼼히 나오니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과부하를 느낀다. NGO와 시민사회가 이렇다 라고 적어도 한두문장으로 정의내리기도 힘든 사람에게 이것저것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게다가 문장구조가 매우 어려우며 번역투가 군데군데 보이고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하지 않아서 위의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누가 누구를 견제한다는 건지, 어떤 면에서 그렇다는 건지 파악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 1장에서부터 읽기가 너무 힘들어서 뒷장의 글로벌 NGO까지는 엄두도 안 났다.
다음으로 저자가 NGO의 문제와 한계, 그리고 대안을 장점에 비해 너무 적게 실어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고 NGO수업도 듣고 있지만 NGO가 불평등이나 기업과 같이 고전적인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보다는 먼저 의문심이 들었고 NGO의 감시 기능에서는 거의 동의할 수 없었는데 이 의문에 대한 답이나 힌트를 책에서 찾아 연결하기 다소 어려웠다.
NGO를 조금 공부하고 나서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책이 교과서같은 설명을 제공해 줄 수 있으나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다른 책을 읽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맥락을 잡기 위해서는 마이클 에드워즈가 쓴 시민사회(동아시아 출판)를 강력히 추천한다. 단순히 학자들의 의견을 습득하기 보다 시민사회가 무엇이고 시민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검증해보고 싶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