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한국 최고의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다음과 야후가 업계 1위의 자리를 지켜왔는데 지금은 압도적으로 네이버가 1위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한게임, 해피빈, 미투데이등 여러 회사를 소유하고 키워나가고 있다.
나는 지금도 궁금하다. 막강했던 한메일과 야후를 어떻게 추월하고 업계 1위를 차지했는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유가 아니라 nhn이 위 두 회사와 가지는 무수한 차이점들 중 하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까지 구글이나 IBM같은 초국적 기업의 업무환경이 화제가 되어왔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그동안 일반 직장인들이 가진 불만에서 오는 것 같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월급받고 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공간을 배정할 생각은 경영진에게 거의 낭비로 여겨져왔는데 이러한 공간이 직원들의 일효율을 높이고 근속년수를 높인다는 리서치에 의해 지금은 제일기획부터 시작해서 국내의 많은 기업이 이러한 흐름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다. NHN도 그 중에 하나다. 단지 조금 특별한 점은 위 흐름에 동참하고 사옥을 개조, 신축한 기업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거나 그 자회사들이다. 물론 NHN도 작은 회사는 아니지만 대기업과 비교했을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뒤짐이 없다. 이 책 첫머리에 보면 알 수 있다. 조수용(당시 네이버 브랜드마케팅, 디자인 디렉터)씨의 꼼꼼하고 철저한 계획과 경영진의 협력으로 회사 외부의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내부에서 스스로 창조한 사옥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이 점이 여타 다른 기업들과 구분되고 그들의 사옥을 뛰어넘으며 네이버의 경영철학을 드러내기에 아주 적합한 네이버만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하나의 보고서다. 그저 완성된 사옥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고 이것을 바탕으로 브로슈어를 만들어서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회사 외부사람(특히 소비자 혹은 중소기업)에게 압도감을 주려는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 공사 단계의 현장 사진부터 완성된 사옥을 직원들이 이용하는 모습, 그리고 심지어 설계 스케치와 도면, 왜 이렇게 공간을 구분하고 설계해야만 했냐는 이유, 그리고 이 공간을 이렇게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의도, 마지막으로 앞선 그 의도가 지향하는 NHN의 철학과 어떻게 부합되는지를 꽉꽉 실어 놓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진이 많고 표지도 마음에 들고(개정판 전의 표지는 서류봉투색깔이다.) NHN이라길래, 그리고 그린팩토리 디자인북이라길래 신기해서 구입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꼼꼼한 생각으로 지어진 곳에서 일할 수 있는 NHN직원들이 하염없이 부러워졌다. 27층이나 되지만 어느 층 하나 낭비되는 공간이 없다.
다른 원인을 배제하고 단순히 사옥만 보고 NHN을 판단하는 것은 무모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NHN의 발전에 이 사옥이 적지 않는 영향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