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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에서 책을 고를 때면, 아무래도 가장 많이 관심이 가는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그의 소설들을 보면, 늘 긴박하면서도 반전도 있고 뭔가 메시지도 담고 있고 그렇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실수였다. ‘악인’이라는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빌리러 갔다가, 글자를 잘못 보고 악의를 빌렸던 거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라서, 단숨에 읽어갈 수 있었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중 하나이다. 시리즈 중에서 몇 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순서를 신경쓰지 않고 읽었던 나는 가가 형사를 이 책에서 세번째로 만났다. 이 소설은 노노구치 오사무라는 동화책 작가의 수기와 가가형사의 형사노트가 번갈아서 나오는 형식으로 쓰여졌다. 유명한 소설가 히다카의 죽음을 두고 작가와 형사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꽝! 하면서 진짜 결말이 드러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늘 복잡한 트릭이 있고, 생각못한 반전이 숨어있다. 책을 읽으면서 히다카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저질렀을 것 같았던 살인은, 사실 히다카가 저지른 악행때문에 이루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뒤집어서 진짜 범인과 범인의 동기를 가르킨다. 그 동기가 섬뜩하다! 말 그대로 ‘악의’였다. 지금껏 많은 추리소설과 범죄소설, 스릴러 물을 읽었었지만 이 소설에서 등장한 상대가 나에게 딱히 뭘 한 건 없음에도, 내가 그 상대에게 품는 무조건적인 악의는 가장 무서운 동기가 아닐까 싶다.
책은 살인사건 외에도 학교폭력의 이야기가 살짝 담겨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교 폭력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주 큰 문제가 되어버린 학교폭력이, 어쩌면 단순한 ‘악의’ 아무 이유없는 ‘악의’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착잡하다. 원인이 있고 이유가 있다면 해결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단순한 악의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그냥, 사람들이 점점 더 미쳐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