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뉴스룸’ 혹은 영화 ‘스테이 오브 플레이’ 등을 보며 언론계에 대한 환상을 가졌다. 비록 내가 꿈꾸는 업종은 금융계이긴 하지만, 금융계만큼 멋지면서도 ‘까리한’ 분야가 바로 언론, 방송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찾고 이야기하는 그들이 멋있어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현실적인 탄압이나 부정속에서도 끝까지 나아가는 그들은 정말 멋있었다. 소심하고 쭈구리같은 나는 아마 그들처럼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들을 선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문도 제대로 보지 않는 나는 그런 영화들만 보고서는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위협들 마저도 영웅처럼 보이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환상이 조금씩 사라졌다.
‘나는 꼼수다’로 유명해진, 물론 이미 그 방면으로는 유명한 그이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나는 나꼼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누나들에게 인기 많은 차도남 기자이고, 조금은 껄렁해보이는 그의 모습과 약간은 건방진듯한 목소리에 좋으면서도 싫은 애매한 사람이였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나서 든 생각은, 그래! 충분히 건방져도 된다!
검찰과 삼성 등 거대한 권력에 대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삼성에 관한 것이라면 비행기 티켓도 금방 발권받아서 외국에 나가 잠입 취재도 한다. 검찰의 좋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적나라게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깊었던 에피소드는 바로 성폭력 피해자를 대변한 일이었다.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 가족은 가해자 학생의 아버지가 검찰에 종사하는 사람이여서 처벌을 하지 못한다. 아니, 신고를 해도 윗선에서 묵살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여고생의 아버지 마음은 감히 내가 상상할수도 없을 정도로 문드러졌을 것이다. 그런 그가 주진우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주진우는 아버지 앞에서 검찰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내뱉는다. 여기까지는 다른 영화에서 많이 본듯한 장면일 것이다. 뒷부분을 보고 깜짝 놀랬다! 그 피해학생 아버지와의 만남이 끝난후, 다시 검찰에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사실 난 이 부분을 보고 주진우에게 조금 실망했었다. 왜 사과를 하는 것이지? 그냥 나가면 되는 것을!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렇게 함으로써 피해학생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풀어드릴려고 한 것이라고. 어떤 해결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을 대변하려고 한것이라고. 결국에 그 가해자 학생의 아버지는 검찰에서 잘렸다고 한다. 이 일때문이 아니라 다른 일로. 그리고 피해학생 아버지는 다시 찾아와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피해자 학생은 상처를 딛고 이화여대에 들어갔다고. 지금도 종종 안부를 묻는다는 것으로 행복하게 이야기가 끝났다.
이외의 에피소드들도 보면 주진우가 해결하려는 모습보다는 대변하고 이야기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난 지금까지 언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내가 선망한 환상들도 어쩌면 그런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언론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