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각 도시에서 직영으로 운영되는 ‘파파스’와 ‘마마쇼우’라는 브랜드의 음식점, 그리고 ‘야오니’라는 브랜드의 의류업, ‘한양종합병원’의 설립과 식품가공업 등 무려 20여 개의 사업체를 만들어 낸 이기영 사장.
“중국 그리고 중국인”은 성공한 사업가인 이기영의 중국 기행기입니다. 누구인지는 잘 몰랐지만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선 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의 행보를 보면 훌륭한 사람임이 눈에 보입니다.
이런 저자가 중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중국의 국경절에 무전여행을 하게 되는데, 여행을 하는 동안 자신의 딸들에게 편지를 쓴 내용을 엮어 책으로 만들어 냅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안부를 전하는 내용이라 읽기도 쉽고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무전여행을 하면서 두 명의 중국인 친구들에게 ‘들러붙기’를 하게 되는데, 이들의 행동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중국인의 특성을 대강 알고 있는 저자는 딸들에게 이런저런 방식으로 위험한 순간을 모면했음을 말해주며 독자에게도 좋은 정보를 알려줍니다. 바로 중국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해주는 것이지요. 중국인은 외국인(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에게 친절한 점이나 자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등이 기억나네요. 책에 나오는 정보를 잘 활용하면 중국을 여행하거나 중국인을 대접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저자는 중국에 진출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허탕을 치고, 심하면 파산해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중국과 그리고 중국인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수시로 지적합니다. 예를 들면 시키는 것만 하는 수동적인 중국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국 노동자들에게 우리나라의 만능 알바생인 것처럼 일을 시키면 노사 갈등만 커지고 능률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를 한국 기업가들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가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가들도 중국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실패한 경우도 많다 하니 중국 시장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물론 한국인 자체의 문제도 지적하는데, 타국에 와서 열심히 사업을 일으킬 생각은 안하고 골프를 하러 다니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몇몇 인사들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중국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이를 매우 위험하게 생각합니다. 중국은 예전과 달리 급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데, 정작 우리는 그런 중국을 잘 못 알아보고 있는 겁니다. 중국의 영향력은 저자가 이 책을 쓴 2005년보다 2012년 현재 더 강력해졌는데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도 이 책을 통해 젊은 우리들에게 수차례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중국의 문화와 중국인의 특성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중국과 관련된 일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학문으로 중국을 공부한 사람이 아닌, 중국에서 중국인과 부대끼며 몸으로 경험한 사람의 설명이니 많은 신뢰가 갑니다.
책의 내용이 편지로 엮여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행문인데, 저자가 들른 곳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지도를 첨부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중간 중간에 자신이 방문한 곳의 명소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첨부한 것은 좋았지만, 그것만으로 그곳이 어디쯤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아 아무것도 없으므로 중국을 모르는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책에서 나오는 여행방법은 일반인이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라 아쉽습니다. 저자의 무전기행은 자신의 뛰어난 중국어 실력(대부분 중국인에게 비밀로 하지만…)과 중국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일반인들은 책만 보고 따라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어떤 식으로 여행을 하면 좋을지 정석 코스를 함께 일러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부록 란이든, 본문 여백이든 일반적인 여행에 대해 적어둘 공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야 나름의 생각도 있고 대화가 되니까 무전기행을 했다지만 외국인으로서 무전기행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말해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