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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집
저자/역자
우연수집가
출판사명
뜨인돌 2012
출판년도
2012
독서시작일
2012년 10월 29일
독서종료일
2012년 10월 29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뽑아들고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얼마 전 내가 가지고 싶은 방 스타일이라 저장한 사진이 나왔다. 출처도 모르고 그냥 저장한 건데 이게 이 책에서 나왔다니 반가웠다. 놀라운 건 이 예쁜 집은 언제 재개발이 될 지 모르는 허름한 전셋집이라는 것이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걸 시작한 사람은 못 하나도 박을 줄 몰랐던 30대의 남자라는 사실. 구구절절 아기자기한 손재주로 무장한 여자들의 인테리어에 시작은 커녕 기만 잔뜩 눌려 시작해보지도 못했던 나는 흥미가 생겼다.  이 남자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한 것인지.


 


 그의 모토는 ‘나에게 권태를 느낄 때 일상을 예술화 하기’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권태로운 생활에 확실한 것 하나 없는 서른을 지나며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시작한다.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그런 집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건 그의 예술화된 일상은 본인 소유의 집이 아닌 전셋집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언제 재개발 될 지 모르는 40년이 된 집 말이다. 물론 언제 철거될 지 모르니 주인 아저씨가 허락해 주신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어딘가로 이사를 가고 또 창조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내가 내 방은 이래서 안돼, 우리 집은 저래서 안돼 하고 늘 내밀었던 핑계가 한순간에 가시면서 내 손에 붓이 쥐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서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이렇게 하면 집이 쉽게 마법처럼 변한다-라고 써놓고 나의 마법같은 손재주와 돈이 있으면 된다고 읽어야 하는 괴리감 드는 인테리어 책과는 다르다. 정말 기본적인 재료들로, 기본적인 기술로 집을 다른 집처럼 고쳐놓는 법을 가르쳐 준다. 별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이렇게 하면 돼요, 가르쳐 드리기도 민망할 만큼 쉽죠? 하고 덤덤하게 알려준다. 이런 장식을 하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그냥 제가 만들었어요. 너무 잘그렸다구요? 사실 베꼈어요 라는 솔직한 방법에 정말 나도 당장 미뤄왔던 방꾸미기에 전념하고 싶어진다. 꿈에 그리던 집을 만드는 방법만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올리는 소중한 꿈에 대한 철학 또한 얻을 수 있다. 삶에 대한 권태의 극복은, 또 굳어버린 머리에 대한 재충전은 꼭 하던 일을 모두 내팽개치고 하는 과감한 세계여행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한걸음씩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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