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편을 읽었는데 ‘호루모’에 대해 설명이 되어 있어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옴니버스 형식같이 단편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처음에는 계속 죽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 아 여기가 이래서 그렇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다. ‘호루모’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쓴 얘기이다. 분명 이건 판타지일 뿐인데 진짜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작가의 묘사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짧고 못생긴 귀신이 통통거리며 싸우고 건포도를 먹는 모습, 전철에서 만난 이마가 아름다운 첫사랑이 눈 앞에 보이듯이 그려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가게 된다면 꼭 쿄토에 가보고 싶은데, 고풍스럽고 전통적인 이미지가 말 그대로 로맨틱하다고 생각해서인데, 호루모라는 이야기가 교토에 어울리는 것인지, 교토의 그런 이미지를 잘 이용한 것인지 구분이 잘 안될정도로 정말 교토에 가면 호루모를 하는 동아리 사람들이 일상 여기저기에 모르는 척 숨어있을 것만 같다.
책을 여러 번 읽는 편인데 두번 세번 읽을 수록 짜임이 훌륭해 재미있었다. 곳곳에 숨어있는 묘사는 다음 편을 이해하는 발판이 되어 아까 이랬는데! 하고 읽으니 책과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스토리 자체도 신선해 재밌었다. 어떤 의식을 치뤄야만 보이는 귀신으로 결투를 벌이는 호루모를 하는 대학생들. 정말 우리학교 어딘가 작고 어두운 동아리방에서는 이렇게 비밀스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귀신을 이용해서 싸운다고 무섭고 음침한 기운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정말 정상적인(?) 대학생들의 즐거운 축제같이 그려놔서 재미있었다. 언젠가 교토에 간다면 책에 나온 구불구불한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호루모를 찾아다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