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p
k-59. 오래전 내 책상 번호. 1999년의 나는 어떤 공간이나 시간이 아닌 번호 속에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때가 내겐 어떤 떳떳한 한 시절로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그때만큼만 하면 뭐든조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그때만큰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때보다-아는 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151p
어머니는 칼 하나를 25년 넘게 써왔다. 얼추 내 나이와 비슷한 세월이다. 썰고, 가르고, 다지는 동안 칼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 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것은 그 때문이다.
채식주의자의 강렬한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읽은 김애란의 단편.
전에읽은책의 여파가 너무 강했던지라 처음엔 읽으면서 많은 밋밋함도 느꼈다
그저그런 지루한 책이었는데 하루가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먹먹함이 조용히 나를 덮었다.
현실적이면서도 이성적인 그러나 야생의 느낌을 지울수없는 책.
전체 내용은 그저그랬을지라도 문장하나하나는 정말 버릴것 하나없이 다 마음에 와닿았다.
마음에드는 글귀가 여기있다 싶으면 다음장을 넘기면 또있고 또있는 그런 과분한 책
그런 글귀로 밋밋한책이되버린게 조금 아쉽지만
이것은 채식주의자의 여파때문도 있으리라
다음에 기회가된다면 다시 읽어보고싶다
여유로운때에, 가볍고 아무것도 담지않은 마음으로.
분명지금보다 더 나에게 남는책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