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필독서 목록을 살펴보던 중, 제목이 뿜어내는 포스에 끌려 고른 책이었지만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책만을 잡고 끙끙거리게 만든, 나에겐 어려운 책이었다.
우리는 간단하게는 우리와 그들에서 시작해서, 인종, 종교, 이념, 성정체성, 출신지 등 셀 수 없는 무수히 많은 범주들로 서로를 엮고 또 엮이며 또 배척한다. 이렇게 인간이 인간을 분류하고, 일종의 부류를 만드는 행위에 대해서 그 행위의 역사들과 분류하고 분류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다. 제목만큼, 내용도 정말 재밌었던 책이다. 단, 좀 많이 어렵다.
책에서는 인간을 분류하는 여러가지 주제들을 소개하고, 그 주제들이 인간 삶에 끼친 영향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위적으로 인간을 부류로 나누는 실험도 소개하는데, 그게 참 재밌다. 전혀 상관없는 소년들을 캠프지로 불러, 단지 두 무리로 나누었을 뿐인데 그들은 서로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경쟁하며 심지어는 공격까지 감행했다. 이런 실험 내용을 보고 있자니, 정말 내가 생각하고 있는 범주들, 부류들은 내 마음이 내 생각이 만들어내고, 지금까지 나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들이 만들어낸 부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던 것 뿐이란 생각도 든다. 책의 결론 부분에 이르면 저자가 하려했던 말이 간단하게 요약정리되어 있어서 옮긴다.
우리-그들, 의 코드가 당신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 코드를 지배한다. 인간 부류를 믿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힘은 당신의 본성이다. 그러한 힘을 마음에 설치된 일련의 버튼과 레버로 생각해도 좋다. 그러한 버튼과 레버는 당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지만 그것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갈지는 선택할 수 있다. (중략)… 인간 부류는 당신 머릿속에 있으며, 당신의 두려움과 희망, 땀샘과 내장들과 이어져 있다. 그러한 인간 부류와 더불어 어떻게 살아갈지는 당신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