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이 ‘명작‘ 이라는 이름하에 아주 유명하다는 것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명작이라는 이름때문에 내 마음속에서 더 멀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사실 명작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의무감으로 샀음에도 불구하고 읽지 않았다.
다시 읽은 것은 얼마전이었다. 소설이 무척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무거나 꺼내든 이 책으로 나는 머리를 쾅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읽고 난 뒤에는 무척 안타까워졌다. 이 소설을 내가 17살 때, 그 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 인생이 바뀌지 않았을까.
고등학생 홀든은 참 알 수 없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난 미쳤다, 하며 세상만사 다 시니컬한 것 같기도 하고, 거짓말도 능숙하게 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6살에나 가질법한 꿈을 진심으로 가지고 있다. 이해가 안되는 녀석이다. 이해할 마음도 안 든다. 끝에 가다보면 ‘넌 그런 녀석이다’ 하고 인정하게 된다.
근데 정말 화가 나는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도 안되는 녀석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인정한다. 매력적이다. 뭐 하나 변변찮고 대단하게 보이지 않는 이 홀든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아마 17살, 같은 또래였을 그 시기에 봤으면 나는 홀든을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이다. 이런 캐릭터를 만들고, 작가가 글을 쓰면서 얼마나 뿌듯했을까, 홀든이 화낼까봐 영화화 제의도 거절했던 작가의 의도가 이해가 갔다. 그냥 홀든은 홀든인 채로 남기는게 좋을 것 같다.
홀든은 참 별의 별 일을 다 겪는다. 그냥 얌전하게 있으면 별 일 안 겪을텐데, 그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별의 별 사람 다 만나고, 욕도 하고, 깨져도 보고. 며칠 사이에 다양한 일 겪지만 홀든은 그런 일을 후회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말미에는 거쳤던 그들 모두가 다 보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
어쩌면 홀든보다 더 우울한 인생을 사는건 나 자신이 아닌가 싶다. 홀든은 그렇게 세상천지 욕을하고 이상하다, 하면서도 하고 싶은대로 한다. 정말 ‘본능적으로’ 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내키는대로 살지만, 자신만의 큰 질서는 지키며 산다. 사람들이 홀든이 미쳤다고 하는데, 막상 그가 중얼거리는 독백을 들어보면 그게 미쳤다고 보기도 뭣하다. 미묘하다.
후회가 없으려면 멋대로 사는게 맞는걸수도 있다. 별 생각없이 가볍게 읽었는데 읽고나서는 참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더불어서 이 소설이 단순히 명작이라는 이름하에 지루할거라는 편견에 쌓여 있는건 억울하다. 그 타이틀을 떼고 그냥 봐도 그저 재밌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