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시작부터 끝까지, 펜을 놓지않고 밑줄 긋고 싶은 충동이 끊이질 않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소설에서는 단 한문장도 의미가 없는 것이 없다고 배웠습니다만, 이 책은 그런 ‘의미’ 아니라…… 명문장이랄까요. 한마디 한마디가 교훈같았습니다. 서술자가 ‘지당도사’시다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 직접적으로 다 해버린다는 게 작품으로서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시작부터 끝까지 밑줄 긋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몇몇개의 단어로 묘사된 사막의 풍경-을 통해 정말로 사막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막은 저에게 꿈의 공간입니다. (작품 중에도 언급되었지만 어린왕자가 만들어진 곳, 저에게는 진짜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통해 얼마든지 볼 수 있었던 공간이, 이 글 읽었을 때만큼 생생히 보여던 적은 없었어요. 정말 제가 사막에 와 있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해가 떠오르기 직전과 해가 떠오를 때의 푸른 밤하늘이었습니다. 그 바람도 기온도, 잊지 못할 거에요.
‘낙타’라는 제목의 의미, ‘죽은’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의 의미, 체첵과 주술사의 의미, 아버지의 젊었을 적 많은 이야기…… <낙타>는 모래가 가득 담긴 컵처럼 정말 꽉찬 작품이에요. 동시에 물을 부으면 완벽하게 스며들 만큼 생각해 볼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많지만 그 중 하나만 언급하고 줄일게요. ‘미술학원을 다니자 규의 그림은 급격히 나빠졌다.’ 저도 미대를 꿈꾸었던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입시미술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한치의 미련없이 눈을 돌려버렸습니다. 틀이 필요한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는데,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이 사실을 간과합니다. ‘석고상을 때려부수고 싶었다’ 심히 공감했습니다. 세상엔 때려부술 게 석고상 많고도 많을 겁니다.
같은 곳을 보아도 계속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사막처럼 <낙타>도 읽을 때 마다 깊이 깊이 그 다양함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읽고, 더한 사람은 리뷰를 쓰고, 더한 사람은 책을 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 역시 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데요. 부족한 리뷰라 심히 안타깝습니다. ―고백하건데 이 책 중간까지 읽다가 책표지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정확히는 규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에서 몇페이지쯤입니다. 초직감에 의한 예지였는지 모르겠지만, 규에게 더 잘하지 못했던 안타까움과 애정이 리뷰를 잘 써주지 못한 저의 안타까움과 교차되지는 않았는지 상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