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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숲을 여행하기 전에
저자/역자
김재기
출판사명
향연 2010
출판년도
2010
독서시작일
2011년 07월 17일
독서종료일
2011년 07월 17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마침 이 책을 소개받기 며칠 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국내에 당일치기 여행이었지만 내겐 중요한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고, 2장까지만 읽고 다녀오게 되었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돌아온 후 이어 읽으며, 이 책은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어떤 여행을 가더라도 매우 도움이 되는 여행안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그 여행이 ‘삶’이라는 여행일지라도 말이다.




 수박을 팔기위해서는 그 수박이 어떻다고 설명하기보다 한 쪽 먹어보게 해주는 것이 최고의 장사법이라고 들었다. 그처럼 책 소개 역시 그러해야한다고 배웠다. 특히 이러한 성격의 책은 더욱 그러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메모한 몇 글자와, 함께 쓴 내 생각을 여기 옮겨본다. 소제목은 목차를 그대로 옮겨왔다. 




1. 꿈꾸는 자 여행에 매혹되다.


1-1. “여행이란 꿈이 이루어지며 깨지는 것.” 계획하는 단계에서 여행은 환상이다. 그러나 시작된 여행은 현실이다. 그래서 ‘여행은 꿈이 이루어지며 깨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환상에서 실제를 뺀 차이가 적다면 또는 ‘0’이라면 여행자는 무척 행복할 것이다. 그건 마치 꿈속에서 받았던 선물상자가 꿈에서 깨어도 내 앞에 놓여있는 기분과 같지 않을까?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면 무척 많은 준비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마음을 넓히지 않고 여행을 너무 많이 가봐야 수다만 늘 뿐이다.”라고 했겠다, 정말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2. “자신을 해방시키고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을 자신에게 친숙한 양식으로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때야 비로소 진짜 여행을 하게 된다.”, “진정한 발견을 위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아르셸 프루스트”


 언제나 모든 것을 새롭게 보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내가 누구지’이며 그 다음은 ‘여기가 어디지’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박사 같은 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만 나는 늘 모든 것이 새롭다. 컴퓨터를 부팅하듯이 되살아난 ‘어제까지’의 기억(record)과 현재를 비교하며 세상을 바라본다. 어제보다 조금 더 시들어버린 교문의 진달래와, 어제보다 좀 더 짙푸르러진 가로수의 잎사귀. 그런 것들은 보며 항상 놀라고 즐거워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것은 이것과 다른 의미인 걸까? 알 때까지 생각해볼 문제다.  




2. 나는 준비한다, 고로 나는 떠난다.


1. “여행준비는 그때그때 알아서” 여행 준비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며 철저히 준비해라는 의견, 아는 만큼 보인다며 최소한의 가라는 의견. 저자는 ‘그때그때 알아서’라는 명안을 내놓았다. (언젠가 들었던 ‘극단에는 진리가 없다’는 말이 이런 의미였을까?) ‘내 말이 그 말이야!’라며 손가락을 튕기고 싼 내 가방안의 짐은 책 한권과 수첩하나, 오카리나가 전부였다.




1. “약간의 지식을 갖추는 건 그곳에 대한 예의” 여기서 약간의 지식이란 기차표나 지리 정도가 아니다. 유적지에 간다면 정말 ‘아는 만큼’보이므로 공부를 해야 하고, 타 지역은 타 지역에서 갖출 예의를 배워가야 한다. 타인을 만날 때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하나 더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익숙한 곳이라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번 여행지가 익숙한 곳이라고 정말 대충 알아보고 갔다가 방향을 잃어버리는 사태를 경험했다. 길을 물어볼 때 어찌나 민망하던지 먼 데서 왔다고 둘러대 버렸다.


     


1. “최소자원의 법칙, 시간? 돈? 체력” 어쩐지 ‘삼각형 내각은 반드시 180도’라는 말이 떠오르는 데,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시간? 돈? 체력 이 세 꼭지점 안에 갇힌다. 시간과 돈이 많은 모 기업의 명예회장이라고 하더라도 유럽 맥주 기행 같은 건 불가능에 가깝듯이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한 여행을 계획해야한다고 하는데, 나는 한 가지 더 붙이고 싶다. ‘없으면 만들자.’ 없다는 것은 진짜 없는 것일 수도 있고, 핑계일 수도 있다. 대다수가 후자일 가능성이 크고, 후자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가난한 대학생인 나도 여름방학에 돈을 벌어 일본쯤은 갈 수 있다. 과제에 치여 죽을 것 같은 대학생이라도 하루쯤 시간 내어 당일치기 여행은 갈 수 있지 않은가. 사실 이번 여행도 다음날 과제를 미뤄두고 떠난 거였다. 조금 복잡한 설명은 생략하고, 나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떠난 거라서 큰 후회는 없다. 이런 게 기회비용이라던가.     




1. “해외여행을 위해 영어는 좀 배워둘 것” ‘영어 못해서 해외여행 못가겠어.’, ‘영어 못해도 해외여행 그까이꺼!’라는 여행 준비자 둘에게 날카로운 일침을 가하는 한마디다. ‘말은 몰라도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된 소통이 어려울 것이고, 제대로 된 소통과 이해 없이 그 곳(여행지)을 정말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게 저자의 의견. 영어라는 언어를 왜 배우는지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모르고 있던 게 아닌 사실이라도 다른 누군가가 말해준다는 것이 어찌 이리도 즐겁고 시원한지 모르겠다.  


 


1. 로마시인 호라티우스는 “바다를 건너간다 해도 기후는 바뀌지만 영혼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풍경을 본다는 건 창조적인 행위이다.


 결국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환경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은 몸몸으로 사는 것이다’라고 성경말씀에도 나오는데……. 머리에서 가슴까지 닿는 거리가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라고 했던가, 과연 그러하다며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번 여행­ 당일치기 여행에서도 친구가 생길 뻔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심하고 겁 많은 나는 거의 닿을 번한 손을 거두고 말았다. 정말 괜찮은 ‘나’가 되고 싶다. 누군가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기쁘다고 여겨질 만큼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3 여행 프로젝트 (어디로 / 언제 / 누구와 / 왜 / 어떻게 / 얼마)


 육하원칙이 떠오르는 제목인데, 잠깐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순서도 다르다. 여행은 ‘어디로’떠나는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가’가 아닌 ‘누구와’라는 항목이 가장 기억에 남아서 여기까지만 말하고 이만 줄이려 한다.


 당연히 여행은 혼자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의 참맛은 혼자 가는 것!’이라는 사람이 많다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런 말도 이 책 읽으면서 알았다) 너무나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는 혼자 가는 것과 함께 가는 것의 차이와 장단점에 대해 깔끔히 나열했다. 외로움? 상상도 못했다. 불편? 약간의 불편이야 생각했다. 그러나 상상과 생각 이상의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함께 가는 여행에 대해서도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외로움’이라는 항목이 가장 걸린다. 나는 한 번도 스스로 외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어째서 일까 생각해보았는데…… 좀 피곤해서 잠시 잠든 동생을 끌어안고 곁에 누웠다가 알게 되었다. 두 팔 가득한 이 존재감 때문이었구나 싶었다. 둘이 가는 여행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목차는 더 남아있다. 4. 여행, 일곱 빛깔 무지개/ 5. 기록, 기억, 그리고 추억 그러나 소개하지 않겠다. 왜? 안 읽었으니까! ―아직 다 읽지 않은 책의 감상문을 쓰는 건 정말 내 생의 최초의 일인 듯하다. 망설임은 없다. 이제껏 봐온 게 이렇게나 마음에 드는 데, 앞으로 더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잖은가. 그렇게 믿고 있다. 멋진 여행서적이다. 정말 ‘어떤’ 여행에도 크게 도움이 될 좋은 책이었다!       




 ps.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편집 또한 매우 훌륭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이― 그 적절한 글자크기, 적절한 글씨체, 심지어 그 여백의 분할은 가히 예술이라 할만 했다. 이렇게 말하니 전문가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거 같은데, ‘보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이다’라고 변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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