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이팟으로 본 하버드의 JUSTICE 강의는 신선했다. 학생들은 적극적이고 교수는 수업을 잘 이끌었다. 무언가 학생과 교수사이의 호흡이 잘 맞는 느낌이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첫 인상은 내게 좋게 남겨졌고 그가 쓴 책들에 관심이 생겼다. ‘왜 도덕인가’를 고른 이유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빌릴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의 못지 않게 고리타분한 도덕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책을 읽기 전 함께 빌린 강의 동영상을 먼저 보았다. 제3자의 입장이었지만,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음에도 수업 내용이 흥미로웠다. 임마누엘 칸트, 정언명령, 가언명령… 고등학교 때 어렵게만 느껴졌던 개념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주어진 읽기자료를 읽고 강의를 다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10가지 정도의 챕터에 다시 또 소주제로 나뉘기 때문에 짧게 나뉘어서 읽을 수 있었다. 틈틈이 읽곤 했는데, 역시나 어렵게 느껴졌던 철학 개념을 잘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특히, 안락사 주제와 관련하여 자유주의 철학자 존 롤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존 롤스를 비롯한 자유주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생명권을 인간의 의지에 의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는 반면, 마이클 샌델은 칸트와 로크를 인용하여 인간의 생명권은 주어진 것이며 자기 자신의 생명을 포함하여 함부로 포기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 중에서도, 연극을 예로 들어 자유주의 철학자들은 연극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조종할 수 있는 연출자라고 생각하여 연극의 결론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비유가 와닿았다. 우리는 삶이라는 연극안에서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연기자일까, 아니면 연극의 결말을 죽음으로서 결정할 수 있는 연출자일까.
사실 아직 절반정도 밖에 책을 읽지못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마음 먹었을 때 서평을 쓰지 않으면 결국 안 쓰게 되던걸 반복 하고 싶지 않아 앞당겨 써보았다. 마이클 샌델의 강의를 짧게나마 보고 두권의 책을 부분적으로 보면서 그가 자주 인용하는 철학자는 임마누엘 칸트이다. 과연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느냐는 칸트의 생각에 기초하여 마이클 샌델은 다소 엄격한 도덕 관념을 제시하는 것 같다. 과도한 PRO-마이클 샌델이 되긴 싫지만, 그가 장하준 교수처럼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쓰는 재주는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