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은 일본소설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여류작가의 소설에다가, 표지도 이뻤고 제목도 끌렸다. ‘키친’ 부엌. 부엌은 누구에게나 푸근한 장소이다. 냉장고가 있고, 수많은 조리기구가 있는곳이며, 하루에 활동시간이 많지 않은 장소일지라도 존재감이 빛나는 그곳.
부엌에서 주인공은 위로를 얻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도 부엌에서 위로를 받는다. 왜 하필 부엌일까. 사람마다 위로의 장소는 다르지만 의외의 장소인 부엌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장소이다.
궁극적으로 소설도 위로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인 것 같다. 일본소설답게 비정상적인 가족형태가 등장하고, 또 현실적이나 비현실적인 일도 등장한다. 이러한 형태속에서 어떠한 일로 상처를 받고 서로를 위로한다. 토닥토닥거리며, 서로에게 키친이 되준다.
일본소설은 일상적인게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일상적으로 넘어가는 장소였던 부엌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남다르게 보였다. 웅웅거리는 냉장고 소리와, 번쩍거리며 열맞춰 서있는 조리기구들은 소설에서처럼 사랑스럽지는 않더라도 친근해보이기도 했다.
사회적인 큰 문제라던가 큰 이슈를 다루는 소설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외로움과 괴로움에서 위로 받고 싶을 때 어울리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