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사람을 2시간 동안 골려줄 수 있는 시나몬 쿠키가 있다면? 지나간 시간을 되감아 주는 머랭 쿠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지만, 위저드 베이커리에는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루어지길 원하는 꿈들이. 하지만 그 꿈을 이루면, 반드시 자신에게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위저드 베이커리 닷컴(wizardbakery.com)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은 생각지 않고 경솔하게 이 제과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책은 어두운 과거를 가진 말더듬이 소년과 마법사 점장을 통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쉽게 무엇이든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점장은 꿈이 이루어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해 주는 대신, 한 달에 단 하루 쉬는 날에도 편하게 잠들지 못한다. 말더듬이 소년은 차가운 가족들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위저드 베이커리에 신세지면서 마법사 점장과 파랑새 소녀에 대해, 자신은 몰랐던 세상에 대해 알아간다. 점장과 소년은 서로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이상하게도 동질감을 느낀다. ‘나는 단지 거기 있었을 뿐인데.’ 이유도 없이 미움받아왔던 삶에 대한 동질감일까. 이 빵집에서 가장 특이하면서도 비싼 제품은 바로, 타임 리와인더 머랭 쿠키다. 말 그대로 시간을 되감는 쿠키. ‘시간’을 되감는다는 것은 그냥 일반적인 다른 마법과는 달리, 현재까지 쌓아온 그 모든 것들을 어긋나게 한다. 그래서 그것을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 하지만 점장은 소년이 집으로 돌아갈 때, 그것을 선물로 준다. 그 모든 시간의 균열에 따른 위험도와 부작용을 무릅쓰고. 타임 리와인더 쿠키를 써서 시간을 되돌리면, 지금 살고 있는 오늘의 시간이 ‘존재한 적 없는’ 시간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자신이 원한 그 ‘변화’를 반드시 실행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미 오늘은 없던 일이 되었으니까, 되돌아간 그 시간을 후회하게 된다는 것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시간을 돌려서, 다시 똑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년은 지독하게 꼬인 가족사 때문에 쿠키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친엄마로부터의 버림, 새엄마인 배 선생으로부터의 이유 없는 미움, 아버지로부터의 무관심. 그 모든 것들이 집으로 되돌아온 순간 한꺼번에 덮쳐 와, 소년은 쿠키를 사용하게 된다. 소설의 결말은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나는 이것이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보통의 결말은 하나이거나, 혹은 열린 결말로 독자의 상상에 맡기지만 이 소설은 시간을 되감기에 성공했을 경우와 실패했을 경우 두 가지로 나누어 놓았다. 성공했을 경우에, 다행스럽게도 배 선생은 소년의 새어머니가 되지 않는다. 실패했을 경우에는, 배 선생과는 완전히 인연을 끊고, 소년은 말 더듬는 버릇을 고치게 된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다, 결국은 같은 내용이다. 아버지는 아동 성폭행 범으로 감옥신세를 지고, 소년은 위저드 베이커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시간을 되감아, 아무리 오늘을 피하려고 해도 언젠가는 다시 이 자리로 되돌아오게 된다는 거다. 결국,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그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우리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나에게 타임 리와인더 머랭 쿠키가 생긴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되돌아가고 싶은 시간은 많다. 고등학교 3학년 때로 돌아가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기도 하고, 중학교 때로 돌아가 미리부터 영어 공부를 해 놓고 싶기도 하고,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 더 열심히 놀고 싶기도 하고, 아예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든, 나는 20년 후에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시간을 돌릴 필요 없이 이대로 계속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지나간 과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위저드 베이커리」는 비현실이 가득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 속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제로 얽혀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사랑하는 것, 그리워하는 것, 고마워하는 것,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것.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해 봤자,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지금을 부정하는 인간은 타임 리와인더 쿠키로 조금의 도움을 얻어봤자 지금을 바꿀 수 없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아니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세상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