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의 생애가 이토록 가슴아플수가 있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떠한 생을 살고 있는가. 왜 나는 좀 더 열정적이지 못했던 것일까 하는 물음들 사이로 새벽이 다가온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밤이 훌쩍 지나 아침이 밝아온다. 그런데도 피곤한 기색보다는 아픈 마음이 우선이다.
결국 시대가 원하는 지식인은 누구일까 하는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왜 나는 그러한 지식인이 되지 못하고 아직도 삶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자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괴롭다. 괴롭고 또 괴롭다. 여지껏 나는 예술을 한다. 인권을 공부한다. 라고만 떠들어댔지 정작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인에 부합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 모든 인생의 행동, 역할들을 부정할 수 밖에 없는 밤이다. 대학생이라는 존재가 가벼워 보인다. 그보다 내가 대학생이라는 사실 그 자체가 우스워 보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