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內鮮一體(내선일체) - 그 속에서 달랐던 가즈에라는 한 개인 -
저자/역자
모리사키 가즈에
출판사명
글항아리
출판년도
2020-11-25
독서시작일
2023년 12월 04일
독서종료일
2023년 12월 05일

서평내용

서평에 앞서 일제 식민지 시절 조선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다는 이유로 조선에 대한 측은지심과 모성애를 느끼며 그 시대에 보통의`내지인`들과는 다른 같은 인류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청년, 장년이 되어서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자신의 일생을 담은 책을 출판까지 한 모리사키 가즈에 선생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2023年 11月 30日 黃丞晙-

 나의 섣부른 판단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가지게 해준 책

 식민지 관계 속에서 일본이라는 국가 이름을 듣거나 떠올렸을 때, 아마 아직까지도 많은 학생들, 한국인들은 민족주의적 의식 때문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래도 일본은 우리나라를 거의 30년 이상 식민 지배를 한 국가이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역사를 배우거나 혹은 관련 책을 읽으면 일본에 대한 좋은 감정보다는 안 좋은 감정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 또한 식민지 관계 속에서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다는 것에 부정할 수 없다. 심지어 당시에는 내선일체 사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때의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적대적 감정을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일제강점기 속에서의 조선인들은 같이 살아가고 있던 일본인들에 의해 고통만 받았을 것이라는 막연한 일반화 속에서 좋은 일본인은 드물고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판단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 한번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 즉, 거시적인 측면으로 크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 및 가정의 삶의 측면인 미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이 책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가즈에의 시점에서 읽으면서 역사는 미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는데, 지금부터 그 이유를 말해보고자 한다.

 한 편의 문학 소설 같은 가즈에의 수기

 이 책은 기본적으로 식민지 조선에서 성장한 한 일본인의 수기이다. 대부분 일제강점기, 식민지를 다루는 대부분 당시 고통받았던 조선인의 삶을 드러내거나 시대적 상황을 표현한 책들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조선에서 성장한 일본인의 수기라는 것에 한 번 눈길이 가는가 하면, 책을 읽다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이 많아 더 책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일본인이 식민지 조선에서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내선일체 사상이 강했던 시기였던 만큼 내가 생각한 식민지에서의 일본인이겠지 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가즈에 즉, 가즈에 가정과 주위 사람들은 달랐다.

 또한, 가즈에가 조선의 모습, 주변 환경, 자신의 느낌 등을 표현할 때 세심하게 묘사하거나 생각보다 더 생생하고 사실적이게 묘사하는 표현들이 많았는데, 예를 들어 조선인 농민이 계절마다 농업의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신에게 제사 지내는 풍습을 세심하게 표현하는 부분, 단오절 날 약초를 따 한약을 지으며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는 부분 등이 있었다. 심지어 일본인의 시선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조선인의 시선에서 쓴 것이라고 느껴질 만큼 군대를 닫혀 있는 듯한 느낌으로 잘 표현했던 것 같다.

 조선인의 시선에서 쓴 것처럼 느꼈다고 생각되는 부분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앞에 가면 도둑놈, 그 다음은 양반, 뒤에 가면 상놈”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었다. 이는 조선인들만 아는, 현재 한국인들이 잘 알 만한 표현인데, 이것이 가즈에의 수기문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약간 어색하고 이질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조선의 모습을 세심하게 잘 드러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또한, 당시 조선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생활상 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사진들도 다수 존재했는데, 현존하는 관련 시대 책에서도 잘 보지 못할 것 같은 많은 사진들이 있어 더 그러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즈에의 표현들을 보거나 감정선을 읽어보면 자신은 그러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미안하다는 마음이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조선을 정말 사랑하고 한국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 그러한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졌던 이유는 가즈에가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이지만, 우리가 아는 완전한 식민지 일본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또 나름 풍족하게 삶을 살았기에 그녀는 조선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어느 순간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사실, 식민 지배를 하고 있는 국가의 사람이라는 사실이라는 것에서 오는 죄책감이 가즈에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을 것이고, 그것이 가즈에의 수기에서도 느껴지기에 가즈에가 조선인에게 가지는 미안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무엇보다 조선인보다 더 일본인들의 행동에 대해 분노해주고 조선인의 입장이라고 느껴질 만큼 당시 일본 경찰이나 재판소, 일본 선생님의 행동에 대해 가혹하다고 평가하거나 조선인의 입장에서 같이 힘들어하며 격분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수기문이라기 보다는 한 개인의 감정선과 세심한 표현, 주변의 생생한 묘사가 가득 들어있는 한편의 문학 소설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 개인의 정서와 느낌을 잘 받아들일 수 있었고 깊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가정환경, 가르침이라는 것의 중요성 : 다른 내지인들과는 달랐던 가즈에

 다음으로 앞서 내가 생각한 식민지에서의 일본인과 가즈에, 가즈에의 가정은 달랐다고 했었는데, 그 이유를 한 가지 키워드 그리고 가즈에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고 가즈에라는 사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가정환경 즉, 가정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그 키워드는 “자유방임”이다. 자유방임은 무엇보다 가즈에에게 보물이었는데, 가즈에에게 자유란 “옳다고 생각한 것은 구애받지 않고 해 나가는 것”을 의미했고, 방임은 “책임을 떠맡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가즈에는 부모님이 자신을 믿어주는 것 혹은 누군가를 믿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의미는 가즈에의 아버지가 가르쳐주셨다. 이러한 아버지의 가르침은 학교에서의 가즈에의 태도로 드러나게 된다.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정신을 통일하고 마음을 한 점에 집중해 순종을 으뜸으로 삼으며 살자”라고 이야기하였고, 순종은 교장 선생님의 교육 이념이었다. 순종이란 “뜻대로 따른다”는 뜻이다. 그것은 고분고분하다기 보다도 멸시에 가까운 마음이며, 부덕으로서 그 이상의 것은 없다고 교장 선생님은 생각했지만, 가즈에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즈에는 당시 가정에서 자유방임에 대해 인지하고 배웠듯이, 그대로 자유를 존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종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순종과 관련된 당시 경향은 황기 2600년 기념식 이후, 여러 장소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었는데, 영령에게 묵념하는 것은 늘 하는 일이었고, 천황을 현인신이라 부르며 살아 있는 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국문학에서도 천황의 신성에 대해 논했고, 그 불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였고, 순종이 그냥 당시 내지인 모두가 잘 받아들였던 이념이었다. 이러한 논리성이 배제된 수업에도 불구하고 가즈에는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고 가정환경이 우리가 생각하는 내지인, 식민지의 완전한 일본인과는 달랐기에 가즈에는 앞에서 내가 말했듯이 조선인의 마음을 좀 더 세심하게 이해하고 조선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공감하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선인에 대한, 조선이라는 한 나라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해서 보면서, 한 소녀, 소년 즉, 가정에서의 한 아이가 자랄 때 가정환경,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황국신민 서사가 소학교를 비롯해 어느 학교에나 걸려 있었을 정도로 당연한 신념이었고 그에 따라 순종 또한 당연한 것이었기에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더 멸시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가즈에는 아버지로부터 옳다고 생각한 것은 구애받지 않고 해 나가고 누군가를 믿어주는 자유방임이라는 이념의 가르침을 받고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다른 내지인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즉, 같은 한 국가에서, 비슷한 시대 상황 속에서 자라나고 생활한 내지인이라도 가정환경, 가정교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개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 내지인이라고 다 같지 않았던 가즈에가 있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시 일본인들도 자유롭지 않았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가즈에의 어머니가 아끼던 꽃문양이 있는 청동 그릇이 싹 다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었는데, 없어진 이유는 나라에서 비행기와 대포를 만들기 위해 금속을 회수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조선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그 시기에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영어는 적국의 언어라는 이유로 수업 과목에서 없어졌고, 테니스, 정구, 바스켓볼도 농구로 변경되는 등 조선인이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이 일본인에게도 적용되었다. 아침마다 스피커에서 “바다에 가면 물에 잠긴 시체가 되고 산에 가면 풀이 나는 시체가 되어 천황폐하 곁에서 죽자 뒤돌아보는 일은 없으리라” 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이는 국민에게 죽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일본 정부로부터의 요구였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성장한 일본인 가즈에는 일본 정부의 말을 그대로 따르거나 다른 내지인들처럼 조선인들을 대했을 법도 한데, 끝까지 조선인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러한 가즈에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최근에 보았던 드라마 <파친코>가 생각났다. 가즈에는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이 이후에 다시 일본에 갔고, 시간이 지나 조선에 대한,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계속 유지되고 커졌었지만, 파친코는 식민지 시절에 살았던 조선인이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으로 넘어가 그 속에서 힘든 삶을 살며 조국을 그리워한다.

 책을 읽으며 가즈에의 입장에서 많이 공감하고 조선인의 시각, 입장에서 바라봐주는 것이 한편으로 고맙기도 했었지만, 문득 파친코가 생각나면서 사정 때문에 일본에 가 힘든 현실을 살며 조국을 그리워하는 조선인을 생각하니 책 속의 가즈에와 약간 대비되면서 더 슬프고 마음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서두에 말했듯이 아직까지 식민지 시기의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국가적 입장에서 생각하면 일본은 가해자, 조선은 피해자가 맞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는 단지 국가적 자존심, 국가적 입장,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식민지 사건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바라보느라 막상 당시 살았던 개인의 삶과 인식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 그들의 주체성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식민지로 인해 발생한 커다란 피해는 생각하지만, 개인의 문제, 개인의 삶은 잘 들여다보지 않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즉, 국가적 입장으로 크게 바라보면 감정에 치우쳐 개인의 삶은 잘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 또한, 아직까지 식민지로서의 일본에 대해서 계속 부정적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조선인을 생각하면서 살고 있었던 가즈에라는 사람과 가즈에가 속해 있는 그 가정, 내지인이라고 해서 다 완전한 식민지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 일본인도 조선인과 같이 금해지거나 규제받고 한편으로 조선인들과 똑같이 적용되었다는 사실 등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이에 더욱 더 국가적 측면에서만 한 시대상 혹은 한 국가, 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초점을 주어 다양하게 역사를 바라보아야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역사의 담론, 역사의 인식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너무 거시적으로만 바라보아 한 가지 혹은 감정이라는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시적인 측면에서, 개인의 삶에도 초점을 두어 그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던 개인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혹은 흔히 알고 있는 역사라는 사실의 일반화 속에서 그 시대를 살던 개인들이 오해받지 않도록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괴로워했던 것, 그것을 유발했던 일상 등에 대해서도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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