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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할 모든 것들
저자/역자
올더스 헉슬리
출판사명
소담출판사
출판년도
2015-06-12
독서시작일
2023년 12월 08일
독서종료일
2023년 12월 10일

서평내용

내가 사랑할 모든 것들

2103024 정하늘

우리 현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건 너무 힘들어, 지쳐, 차라리 시키는 것만 하고 싶다. 내가 해야할 일이 정해져있으면 좋겠다. … 과연 시키는 것만 하고 살면 힘들고 고되다는 감정은 추호도 들지 않을까? 정말? 난 이번 고전읽기 강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생각해보았다. 우리 세상이 문명 세계와 아닌 세계로 나뉘어져 있고, 내가 만약 문명 세계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사실 선정독서와 함께하는 수업에서는 이러한 류의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다. 또 보통 『멋진 신세계』 처럼 극단적 배경이 나오는 소설을 읽으면, 누구나 주인공에 몰입하여 상상을 해보기 마련이니까.

물론 이건 충분히 진부하고도 지루할 수 있는 생각 덩어리이다. 하지만 난 이것을 글로써 풀어 써보고 싶었다. ‘글’이라는 것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막연히 뭉뚱그려서 ‘아, 나도 문명인이 돼보고싶다~’ 식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그치기보다는, 내 생각과 감정들을 잘 정리하여 글로 써보면 해당 주제에 관해 더 심오하게 탐구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보면 『멋진 신세계』 속의 신세계는 낭비와 갈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화내지 않는다. 여유롭고 미소를 띤 표정이 기본 베이스이며, 각자에게 주어진 일들을 척척 처리한다. 일상 속에서 잠깐의 실망감, 허무함, 짜증을 느끼기더라도, 그까짓것 소마 몇 그램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을 수 있다. 동시에 본인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주변의 것들을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고 싶지 않아도 사랑하게 된다.

난 바로 저게 부러웠다, 사랑하지 않는 것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내가 싫증 내거나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생기더라도, 곧바로 그것들을 품에 가득 안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 내가 그 세계 속으로 간다면 난 너무나도 만족할 것 같다. 계급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받는 대우도 달라지지만 그러한 것에 불만을 가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어딘가 바보 같긴 하지만 내가 만족하는 삶. 이것이 지금 현실에서 지쳐있는 날 행복으로 데려가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디스토피아로 칭해지는 신세계 속에 들어가 살고,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는 주장은 내가 보아도 특이하다. 하지만 우리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제각각에 따라 신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내 주장에도 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 세계의 삶이 고통스럽다면, 어쩌면 그 곳이 지금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신세계에 아주 매혹된 것도 아니고, 마냥 우호적인 태도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그 곳에서 내가 사랑할 모든 것들이 날 기다린다면,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도 그곳에 갈 의향이 있다.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점점 지나치게 발전해나가고 자꾸만 효율을 따지는 우리 사회에 모순된 비판을 던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세계를 너무나도 아름답고 편한 세계로 표현해놓았는데, 지나치게 포장해놓다 보니 오히려 그 아름다움 속에서 신세계의 잔인함과 더러운 면들이 눈에 띄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마 작가가 은근히 의도한 바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난 독자로써,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이중적 면모 중, 추악한 면이 아닌 아름다운 면을 택했다고 말하겠다. 기회가 된다면 꼭 『멋진 신세계』 속 문명 세계에 가고싶다. 가서 여유를 느끼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내가 사랑할 모든 것들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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