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인 우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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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살아있음‘을 경험하다
저자/역자
배수아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21-06-30
독서시작일
2023년 11월 15일
독서종료일
2023년 11월 18일

서평내용

[비로소 내가 되기]

제목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듯이『에세이스트의 책상』은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에세이와 유사한 느낌을 부여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가 독일에 체류하던 시절 사랑했던 ‘M’을 회상하고 자신의 감정을 서술하며 언어와 음악과 같은 예술에 대한 화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펼쳐놓은 것이 마치 한 편의 에세이와도 같다. 또한 주인공이 실제로 작품 속에서 글을 쓰고 있기에 제목에 이중성이 나타난다.

클래식 음악과 비와 구름, 꽤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의 분위기는 유사하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배수아 작가의 작품이라면 대부분 그러하다. 이 작품 속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소재는 ‘언어’이다. 보통 ‘언어’라 함은 의사소통의 매개로써 사용된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언어’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음악 또한 음악을 통해 느끼는 어떤 예술성이 아닌 음악 그 자체를 존중하는 듯하다. 쉬이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타 작품과는 다른 독창성을 느끼게 했다는 데에 큰 의의를 둔다.

여느 소설과 비슷한 사랑, 연애 소설로 보이는 듯하나 자신의 주체성에 관한 소설이다. ‘M’에게 집착하며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주인공이 결국 사회가 옳다고 하는 것, 타인을 의식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스스로 주체성을 확립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준다.

[실존 인물과 상상 속 인물, 그 사이 어딘가]

여성 간의 사랑을 다루는 내용이기에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읽고 나니 사랑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나’의 정체, 주체를 다루었다고 보는 게 더 일리가 있다. 내가 사랑했던 ‘M’은 결국 내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존재, 즉 이상향이고 그러한 이상향을 향한 욕심으로 인해 좌절하게 되고 그 소유욕에서 벗어난 안정된 상태의 ‘나’를 보여줌으로써 자아 주체성 확립이라는 주제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주제에 동성애를 녹여낸 것이 새롭게 느껴지면서도 역시 \’배수아답다\’. 그는 대담하다.

[죽음 속에서 발견한 생명]

데뷔작에서도 그러했듯『에세이스트의 책상』속에도 인상적인 문장들이 무수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유독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작품의 ‘난해함’이다. 작품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내 생각이 있다면 바로 ‘어렵다.’ 일 것이다. 배수아 작가의 작품세계는 그야말로 난해하다. 한 번 읽고 단박에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글들을 쓰지 않는다. 나 또한 이 작품을 여러 번 읽었음에도 어렵다. 그러나 여러 번 읽음으로써, 생각함으로써 내가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작품의 분위기는 독보적이며, 형이상학적인 것 같으나 지극히 현실을 이야기한다. 『에세이스트의 책상』 역시 나에게 버거웠으나 결국 작품을 통해 주체성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이 작품은 삶과 죽음, 음악, 성과 관련하여 고찰할 점이 많은 작품임을 깨달았다. 배수아 작가의 소설에서는 ‘살아있음’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작가의 소설을 읽는 나는 언제나 ‘살아있음’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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