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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데타, 진실과 거짓 그 사이의 모호함
저자/역자
주디스 브라운
출판사명
푸른역사
출판년도
2011-09-01
독서시작일
2022년 11월 21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25일

서평내용

거시사에 의해 가려진 미시사, 베네데타의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히 거시사, 즉 승리한 자, 지도자의 역사를 주목하며 이를 많이 접해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였는가? 여성 지도자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남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서술의 흐름에서 여성, 어린이의 삶과 같은 미시사는 거시사에 의해 가려져왔다. 하지만 근래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사조가 미시사의 주목하며 이를 발굴하기 시작했고 일기와 편지 그리고 그림과 같은 자료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재현하고 있다. 『수녀원 스캔들』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수녀원 스캔들』이란 주디스 브라운이 메디치 관련 문서에 적힌 내용에 주목하여 베네데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총 책의 구성은 서론과 5장의 본론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며 각 장은 베네데타의 인생에게 분기점이 되는 부분, 출생, 수녀원 등으로 구성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참고했던 자료를 첨부하고 있으며 베네데타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삶이 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책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그녀의 삶은 태어날 때 어렵게 태어나면서 자신의 의사에 상관없이 수녀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고 수녀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신비한 환영을 경험하며 이를 통해 수녀원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또한 신비한 결혼식을 거행하며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 그 사이에 조사를 받고 죽음에서 다시 소생하는 등의 여러 경험들을 겪다가 결국 2차 조사에서 모든 사기행각이 밝혀지며 감옥에 35년 동안 갇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베네데타라고 하는 인물이 가지는 이중성에 주목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베네데타가 가지는 이중성

베네데타는 환영을 보며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신비주의자이자 그에 대한 증거를 조작했던 사기꾼이라는, 즉 ‘진실이냐, 거짓이냐’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연관된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베네데타는 신비주의자라는 점을 이용하여 수녀원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이 점을 이용해서 수녀원은 정식으로 은둔수녀원으로 인정받으려 한다. 교회는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신비주의자를 경계했고 그들을 조사하며 흠집을 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그녀의 이중성은 권력획득이라는 측면에서 의도된 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때로는 이로 인해 공격받았다고 할 수 있다.

『수녀원 스캔들』이 가지는 특징

『수녀원 스캔들』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이 몇 가지가 있다. 먼저 하나의 관점에만 머무르며 서술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의 주인공인 베네데타는 신비한 환영을 보며 신의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한 인물 또는 그 모든 행각을 모두 꾸며낸 사기꾼으로의 역할의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 환영을 진정으로 보았는지 아님 모든 것이 꾸며낸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론 부분에서 신비주의자들은 일반 대중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교회의 위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성적 순결을 건드려서 흠집을 내며 그들을 깎아내리고자 했다고 설명하며 저자도 교회의 위조로 인해 그녀가 희생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즉 저자는 그녀를 사기꾼의 모습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베네데타의 행위를 권력획득과 관련된 측면에서 바라보기도 하는데 그녀가 환영경험자라는 점을 이용해 수녀원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으며 수녀원도 정식으로 인정받는데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하는 점이 그러하다.

또한 저자는 당시의 삶과 주요 인식을 설명하며 이야기 속의 인물들의 행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네데타가 그리스도와 심장교환을 하며 신비한 결혼식까지 치렀다는 이야기를 현대의 사람들이 듣는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당시가 기적적인 일들이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종교적 세계를 가지고 있었고 사람들이 이러한 종교를 많이 믿고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예시로 당시 모유가 아이의 도덕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부부 간의 성관계를 하게 되면 모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흔히 아이보다는 성관계를 위해서 유모를 주로 두었다고 설명한다. 만약 이러한 설명이 없었다면 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고 있는지 이해가 어려웠을 것이며 어머니 미데아가 베네데타를 직접 기른 것이 왜 특별한 일인지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베네데타라는 인물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이 처해있던 상황과 이들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며 그 사이의 스며 있는 남성의 시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을 보면 당시 여성들은 자신의 미래, 진로에 대해서 결정할 권리가 없었으며 가족에 의해서 결혼이나 수녀 등의 미래가 결정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여성 동성애에 대해서 그것은 남성을 모방하려는 행위이자 그것은 남성이라는 완벽을 향한 행위라고 간주하며 여성은 특히나 남성보다는 악마에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로 인식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예시들을 통해 베네데타를 좀 더 이해하는데 쉽도록 만들어준다.

그 뿐만 아니라 저자는 독자가 단순히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2차 조사 때 수녀원의 수녀들이 베네데타의 사기행각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들이 몇 년이 지나서야 밝히게 되었는지, 왜 이전에는 밝힐 수 없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보통 사람들은 ‘사실을 밝혔다’라는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밝혔다’라는 그 사실에만 주목했을 것이지만 저자의 질문을 통해 독자의 생각의 폭을 넓히며 단순한 사실에서 벗어나 그 사실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책의 뒷부분에는 참고했던 일기, 보고서 등의 사료들을 실어서 독자들이 직접 사료를 볼 수 있게 하며 스스로가 사료에 대해서 해석하고 파악할 수 있게끔 하며 추측성 문장을 사용하여 의견을 고정적으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해석의 자유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베네데타 = 동성애자? 등 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하지만 ‘레즈비언’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베네데타의 이미지를 고정시키고 책의 서론부분을 이와 같은 내용으로 이끌고 있지만 실상 그녀의 동성애적인 부분은 바르톨로메아의 진술을 통해 매우 적게 언급이 된다. 당대 여성 간의 소도미아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았던 점과 그녀가 남성의 역할을 하려고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언급이라도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굳이 그것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그녀의 이미지를 고정시켜야 했을까? 또한 그녀는 동성애적인 측면으로 비난받았다기보다는 수녀들의 개인적인 불만이 쌓여서 혹은 교회의 위엄보호 차원에 의해 공격받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수녀들은 그녀의 행적의 수상한 점을 포착하고 있었지만 수녀원이 정식적으로 인정받는 등의 문제로 묵인하고 있다가 기회를 틈타 그녀를 공격한다. 이러한 점들을 통해 상당히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의 서술로 이미지가 고정되고 그녀의 권력 획득과 같은 부분이 덜 주목받게 되어 동성애적인 측면만이 그녀의 주요 특성이 되어버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그녀의 행적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설명했듯이 책이 진행되는 동안 서술에 필요한 당시 수도원, 수녀원 간의 관습, 기독교의 주요 논리, 소도미아의 정의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이 주는 이점도 있지만 사전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들이 많았고 정보의 구성이 정돈되어 있지 않아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예를 들어 테오도루스, 교황 그레고리오 3세,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등 여성 사이의 성관계에 대한 기독교의 생각 변화에 대해 나열하며 설명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책은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지침서 같은 역할을 하지만 사전지식이 없어 읽을 수 없다면 그것은 책의 목적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피해자인 베네데타

9살의 어린 소녀가 가족을 떠나 낯선 공간, 수녀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환영을 보는 빈도가 많아졌다. 과연 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져서일까? 저자는 환영이 경험자의 사회적·문화적 경험을 압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자면 베네데타의 환영은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떨어져 자라온 한 아이의 불안정한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베네데타는 한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므로 베네데타를 무조건적으로 권력획득을 위한 사기꾼이자 동성애자로 기억하기 보다는 스스로가 미래를 결정할 수 없었던 여성, 시대가 낳은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를 되새기며 단순히 표면적인 것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숨겨진 의미도 파악하며 책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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