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인 우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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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eed to be myself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1년 08월 30일
독서종료일
2021년 08월 31일

서평내용

\”I need to be myself\”, 내 자신이 될 필요가 있다고 반복해서 울부짖는 Oasis의 \’Supersonic\’을 들으며 읽는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은 피스토리우스가, 데미안이, 에마부인이 내 자신이 되어라 말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삶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증폭시키는 듯하다.

[데미안]은 꽤나 지루한 것으로 유명한 책답게, 철학적 고민과 은유가 잦은 빈도로 사용되는 작품이며, 사건 전개도 대단히 느긋하다. 대화의 양이 상당하고, 그 내용 또한 추상적인데다 비유까지 일상적으로 사용되다보니, 조금은 읽기가 지루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혹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혹은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등의 울림이 있는 문장들은 눈물이 흐를 정도로 대단히 감동적이고 매력적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선 데미안과 피스토리우스의 도움을 계기삼아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싱클레어의 삶을 그려낸다. 가끔은 술을 진탕 마신 채, 주정뱅이가 되기도, 가끔은 표적이 흐릿해지기도 하지만, 그 방황과 같은 일종의 \’투쟁\’을 겪으며 진정한 본인 스스로로 거듭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일생을 다룬 성장소설이라 보아도 무방할 듯하며, 자신에 대한 이해는 어떤 시기에서든 필수적인 것인지라, 현재의 20세 혹은 대학생들에게, 방황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지 않나 싶다.

사실 책을 읽으며 싱클레어가 마치 나인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일이 하고 싶은지, 내가 누구인지 몰랐던, 내 20살은 잔인하리만큼 혼란스러웠고, 차가웠다. 나는 그 20살을 여자친구와 술로 이겨내며 살아갔다. 누군가가 보았을 때는, 주정뱅이로 혹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곤 없는 돼지로 여겨졌겠지만, 그 방황의 고통은 역설적으로 내 표식을 명확히하는, 나다움을 부각시키는 힘이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내가 성장해온 과정이 싱클레어의 모습에서 중첩되어 보인다는 점에서 신기하고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일례로, 평소 \’간절히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간절히 원하면 내가 더 얇고 세밀하게 세공된 펜이 된 것만 같았다. 공부를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훨씬 더 큰 효율을 얻을 수 있었고, 어떤 것을 감각해도 더 세밀하고 진폭이 크게 다가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간절히 원하면 원하는대로 이뤄지기도 했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면 무의식적이고 초월적인 힘에 이끌려 미친 듯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노력들 덕분에 간절히 원하는 것들을 항상 손에 쥐어올 수 있었다.

[데미안]에선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의 자아를 확립해 저마다의 가치가 있는 일을 하라며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은 힘들었고, 앞으로도 고되겠지만,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잘 해내가고 있다는 위로와 칭찬이 느껴지는 듯한 소설이었다. 소설에선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입맞춤하며, 싱클레어가 하나됨을 느끼고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소설의 결말처럼 저마다의 \’데미안\’은 저마다의 마음 속에 있다. 힘들고 지치고, 울렁이고,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를 때, 잠시 멈추어 서서 본인 내면의 \’데미안\’과 이야기하다보면 옳고, 진실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매일은 열심히, 그러나 일생은 가슴이 향하는대로 나아가자. 지금껏 잘 해왔던 것처럼.

+) 여운이 남는 책이다. 곱씹고 또 곱씹어 보게 된다. 졸업을 눈앞에 둔 취준생인지라, 현실과 잠시 타협할까 싶은 유혹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나는 싱클레어와 데미안과 같은 부류다. 좋게 말하면 확고한 확신과 자아를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길을 가는 힘이 있다. 하지만 내 맘대로 살려는 경향도 있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자. 나만의 것을 시간과 공을 들여 닦고, 광택을 내고, 빛을 내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나만의 수석을 만들어가자.

++) 책을 읽고 나서 뭔가 쓰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올라서, 옆에 있는 종이에 끄적끄적 적었다. 오랜만에 연필로 글을 쓰는 필기감이 어떤 쾌락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었다.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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