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인 우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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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용기 있는 사람입니까?
저자/역자
기시미 이치로
출판사명
인플루엔셜
출판년도
2014-11-17
독서시작일
2021년 07월 02일
독서종료일
2021년 07월 04일

서평내용

  중학교 때부터, 아니 어쩌면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늘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며 지냈다. 반에서 다툼이 생기면 내가 나서서 해결하고 싶어 하였고 친구들의 모든 고민들을 들어주고 싶어 하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리더의 자리에 앉고 싶어 하게 되었고 중학교 때부터 줄곧 반장이나 부반장을 했었다. 친구들에게 봉사하고, 또 내가 봉사 한 만큼 친구들도 나에게 고마운 감정을 가져주길 바랐다. 어쩌면 내가 한 모든 행동들은 그것이 큰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보상을 바라고 한 행동들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모두가 나를 좋아해 주었으면 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며, 모두가 나를 일 순위로 생각해 주었으면 했다. 내가 모두를 사랑하듯이. 그리고 부족함이 없고 싶었다.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고 싶었고 모든 것에 있어서 평균 이상은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보다 뒤처지고 못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두가 다 어느 정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나는 이 욕망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며, 내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재능을 남이 가지고 있으면 그게 미치도록 부러웠다. 노력해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 내 모습을 그 분야를 잘 하는 친구들의 모습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한탄하고 좌절했다. 이 좌절의 절정은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을 때 경험하게 되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학교에서 글과 관련된 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참가하였다. 하지만 한 번도 우수상을 타본 적이 없었다. 장려상 몇 번은 있었지만.. 고등학교에는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뛰어난 친구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힘들게 했었던 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미움받기 싫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 난 내가 노력하면 그 친구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친구를 불러내서 나의 어떤 점이 싫은 건지, 무엇이 불만인 건지 묻고 고치려 하였고 그 친구에게 나를 맞춰서라도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그 방법도 통하지 않자 무엇이 문제일까 도대체 나의 어떤 점 때문에 저 친구가 나를 싫어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나의 하루를 가득 채웠다. 그러던 도중, 사서 선생님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해 주신 덕분에 이 책을 처음 읽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에 진학한 지금, 몇 년 전의 나보다는 조금 성장하여 이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유가 있든 없든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뀜에 따라 내가 성장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나에게 용기를 준 것은 이 책이었고 이 책 덕분에 내가 변할 수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방학에 나는 다시 한 번 이 책을 꺼내들었다. 

  이 책은 원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철학관을 가진 철학자와 세상은 혼돈과 모순으로 가득한 곳이라고 여기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청년의 대화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끊임없이 이 사회는 불공평하고 부조리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에게 철학자는 말한다.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그 당시에 이 구절을 읽자마자 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띵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 어쩌면 나는 모두가 다 날 좋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어 계속 회피하고 납득하지 않으려 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또, 그 철학자는 아들러의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말하며 열등감에 관해서도 언급하는데, 열등감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해석이라고 하였다. 정말 맞는 말이 아닐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 나에게 하는 작디작은 말들을 내가 모두 주워 담아 그걸 품고 있으면 밑도 끝도 없이 커지는 게 열등감이다. 늘 열등감을 달고 살았던 나에게, 그는 자신이 잘난 사람들과 친하다는 것을 어필하거나, 명품을 과시하는 것 등의 행동들이 모두 \’우월 콤플렉스의 증거\’라고 말해주었다. 이러한 것들은 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와 이러한 권위들을 연결 지어서 마치 나를 우월한 사람인 냥 꾸미는 것이라고. 그럼 그건 더 이상 내가 아니라 거짓의 내가 된다고 말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경쟁 심리를 버리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의식하는 행동들은 우리가 제대로 된 과제의 주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냐는 그 사람의 과제이지 나의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변 친구들의 평가에 따라 그날 하루 기분이 좌지우지되었던 나로선 이 책이 정말 위로가 되었다. 철학자의 말이 나에게 와닿았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말하는 흔한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철학자의 질문들을 본질적으로 우리의 문제에 대입해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이 책을 다시 한번 읽고 나서 나는 내가 이때까지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가 나에게 말해주었던 것처럼 나는 더 이상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싫어했던 친구들을 떠올려 보았다. 어쩌면 그 친구들은 나를 싫어하는데 마땅한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제껏 그토록 찾으려 했던 그 이유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왔다. 무엇을 위해 나는 이토록 고통스러워했던 것이었을까. 이젠 더 이상 나를 멋대로 평가하고, 지적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내 스스로를 깎아 가면서까지 나의 가치를 몰라주는 사람의 돌멩이로 살 필요는 없다. 나는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의 보석으로 살면 되는 것이다. 나의 세계는 다른 누군가가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 힘으로만 바꿀 수 있다. 남들에게 조금 밉보인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높이의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지 나는 언제나 그곳에 발을 디딜 능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열등감 또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괴로워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며 끝까지 읽고 책장을 덮는 그 순간,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당신은 분명 미움받을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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