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파티를 하던 수업 도중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본 적이 없어 무척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그룹 스터디룸으로 가는 방향도 참 많이 낯설었다.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도서관 선생님들로 보이는 분들이 분주하게 우리를 맞을 준비를 하고 계셨다. '영화, 역사를 말하다' 라는 주제에 걸맞게 영화와 관련된 많은 책들이 옮겨져 있어 재미있게 훑어보았다. 이미 본 영화(책), 보고 싶었던 영화, 볼 예정인 영화들로 가득한 공간을 지나 강연을 들을 스터디룸으로 갔다. 양 손 가득 간식을 챙겨들고 자리에 앉아 곧 시작될 강연을 기다렸다.
도서관의 여러 행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은 시작되었다. 항상 닫혀 있던 도서관장실의 주인인 도서관장님을 보니 왠지 신기했다. 공공도서관에서도 도서관장실을 늘 지나치지만 한번도 열려있거나 안에 사람이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해 왠지 당연히 있는 사람임에도 유령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왔었다. 실존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나니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환상이 깨진 기분이었다. ^^ 이어진 김용성 前 MBC 보도국장님의 강연도 무척 재미있었다. 역사를 전공한 기자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어렴풋이 바라볼 수 있었다.
사실 영상매체와는 별로 친하지 않아 많은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약 2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다른 사람의 상상으로 구현된 시각을 봐야한다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몇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재미있다'고 기억된 영화들 뿐이었다. 재미가 없었더라면 기억나지 않는게 당연하려나. 이런저런 나의 상황도 생각하며 강연을 들었다. 상업영화와 예술 영화의 차이, 하나의 핵심이 되는 음악 혹은 메시지. 이런 것들이 모여서 관객들에게 '어떤 것'을 전달한다면 그 영화는 재미있다고 생각된다는 말씀이었다. 단순히 오락적인 재미를 넘어 학문적인 재미도 같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신 것 같다.
강연을 마치고, 제공된 도시락을 먹고 본 영화는 <뱅뱅클럽>이었다.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뱅뱅'이라는 의류 브랜드 생각에 옷에 관한 내용인가? 싶기도 하고, '클럽'이라는 말에 어떤 사건을 풀어가는 학문적 클럽에 관한 내용인가 싶기도 했다. 정작 영화는 아직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분쟁지역을 찍는 사진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빗발치는 총알 사이를 지나 찰칵, 하고 찍는 한 장의 사진. 제 3자로서 그들의 분쟁을 각국에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돈을 바라고 찍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리고자 하기도 하는 등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 사진작가.
그런 사진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 보고나니, 왠지 김용성 前 MBC 보도국장님의 말씀이 이해가 갔다. <뱅뱅클럽>이 웃겼나? 소소하게 웃긴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코미디 장르는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면 재미가 없었나? 그렇지 않았다. 사진작가들이 왜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고민과,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찍은 사진은 과연 윤리적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관객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강연을 듣기 전에는 별 생각없이 재미있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왜 재미있는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직 저녁도 되기 전인데 왜 <북적북적한 밤>이라는 타이틀인지 의문이라는 김용성 前 MBC 보도국장님의 말씀에 대답하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다. 도서관 행사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는 내 마음이 책과 영화로 북적거리기 때문이라고, 이 북적거리는 마음을 안고 내려가는 밤이기에 <북적북적한 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