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만 보면 동물, 그중에서도 개에 관한 이야기인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완독을 한 후에는 작가가 던지는 본질적 질문이 개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나는 이 책의 궁극적 목표를 ‘종차별주의 극복’으로 보았다. 작가는 ‘종차별주의’를 인류가 넘어야 할 가장 큰 도덕적 한계로 지적한다. 종차별주의란 “자기가 소속된 종의 이익을 옹호하면서 다른 종을 배척하는 왜곡된 태도”를 말한다.
동물권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인간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우선순위를 강요하는 경우는 보편적으로 일어난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동물의 문제가 인간에게도 큰 해를 입힌다는 사실로 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책의 초반에는 개를 잔인하게 도살하는 과정,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 사료, 해충이 득실한 환경 등 개농장의 실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인간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는 문제가 아니므로 ‘우선순위’에서 미루어진다. 즉 동물 문제에 대한 감성적 접근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후반부에는 개농장에 대한 적극적 반발을 유도할 만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다. 개농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인수공통 전염병, 음식물 쓰레기 속 불특정인의 타액으로 인한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 등의 문제는 다수를 설득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동물 문제가 동물의 범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경각심을 갖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질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느껴졌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읽는 내내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나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 철저히 문제와 분리하는 태도다. 바로 이러한 개인주의가 종 차별주의를 낳고, 많은 사회문제를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는 그렇게 무관심 속에서 죽어간다. 우리는, 인간은, 감성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이성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며 이 책은 그러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