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를 처음 마주했던 때를 생각한다. 수학여행 차 중국 시안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17살 밖에 되지 않았던 이를 테면 나의 학창시절, 3시간 남짓한 비행에서 개츠비의 인생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22살, 5년이 지난 후에 다시 개츠비의 인생을 들여다보았다. 흔히들 같은 책이라도 시간이 지나 읽으면 또 다른 내용으로 다가온다는 말을 하곤 한다. 난 개츠비를 통해서 그 말을 이해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장면은 개츠비의 대저택 수영장 물이 총상을 입은 개츠비의 피로 붉게 물들며 끝난다. 이다지도 자극적인 장면이 있을까 싶지만, 난 책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말에 더욱 큰 혼란을 겪었다.
“개츠비는 해가 거듭될 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고 있는 녹색 불빛의 존재를, 그 걱정의 미래를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이미 우리들의 손안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려가 길게 팔을 내뻗을 것이기에, 그 어느 해맑은 날 아침에… 이렇게 우리는 물살에 휩쓸려 과거로 떠내려가면서도 노 젓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17살 나에게 저 마지막은 독자에게 물살에 휩쓸려 과거로 떠내려가는 와중에도 노 젓기를 포기하지말라는 세상에 대한 긍정과 낙관을 담아 도전정신을 깨쳐주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마지막 장이 다 되었는데도 그 한 장을 쉬이 넘기지 못해 몇 번이고 망설였다. 저 마지막이 너무 안쓰럽고 안쓰러워서 나라도 그 말 곁에 머물고 있어야 할 듯 했다.
내가 염원하는 녹색 불빛의 존재를 알지만, 해가 거듭될 수록 멀어져가고 있음을 알지만, 그것을 향해 더 빨리 달려가고 그 어느 해맑은 날 아침에라도 닿을까 싶어 더 길게 팔을 내 뻗지만 결국 물살에 휩쓸려 과거로 떠내려가면서도 노 젓기를 할 수 밖에 없는 비루한 운명에 살고 있다는 것을 내포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녹색 불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서 이에 더해, 계속 멀어진다는 것도 알아서 더욱 안타까운 현실 속을 살고 있는 것 같다.
22살 아직 어리지만 나 또한 이제 나에게 녹색 불빛이 무엇인지도 알고, 녹색 불빛이 계속해서 멀어지는 현실도 알게 된 지금. 세상에 대해 마냥 긍정적이기만 했던 날둘보단 세상을 향해 노 젓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에 뒤척이면서도 그 모든 걸 외롭게 감내해야 했던 개츠비를 생각하며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