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츨라프 스밀의 신작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에서 발간하는 잡지 IEEE 스펙트럼에 매달 기고한 칼럼 60여 편에 12편의 글을 추가하여 편찬된 책이다. 에너지, 환경, 인간, 식량, 사회, 경제 등을 아우르는 71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깊고 넓게 생각하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저자는 각각의 주제에 대하여 짧은 글을 통하여 깊고 예리한 통찰을 보인다. 71가지의 주제들은 숫자적 통계와 그래프를 통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71가지의 주제에 대한 71가지 문제제기, 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현실의 문제들을 예리하게 직시하고 있는 저자는 각각의 주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뿐, 그 해답에 대한 실마리는 제공하지 않는다. 그 답은 인류가 인식하고 모색해야 할 답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깊고 넓게 생각하기’라는,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리라.
깊고 넓게 생각하기를 위한 71편의 글을 제공한 저자이지만 ‘깊고 넓게 생각하기’란 사색을 체득하는 것은 온전한 독자의 몫이다. 7개의 대주제로 묶인 소주제를 제외하면 각각의 주제들은 서로 상이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하나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현실의 문제들은 결코 단발적이지 않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 되어 서로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71편의 글 곳곳에 내재 되어 있는 듯 하다. 숫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으나, 숫자적 통계라는 결과만을 보고 특정 문제를 판단하는 것은 오류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숫자적 통계와 더불에 상황적 맥락을 고려하며 이해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보편적 척도가 된 국내총생산, 즉 GDP의 문제에 대해 다룬 장을 보면 우리는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GDP는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GDP는 한 국가에서 한 해동안 거래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에 불과하다. 삶이 더 나아지고 경제가 성장하면 GDP도 당연히 증가하지만, 국민과 환경에 나쁜 일이 닥칠 때도 GDP는 증가한다. 알코올 판매량이 증가해서 음주 운전이 늘어나 사고가 빈번해지고, 그에 따라 다치는 사람이 많아져 응급실이 붐비고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이 늘어나더라도 GDP는 증가한다. 열대 지역의 불법 벌목이 증가해 숲이 파괴 되어 생물다양성이 줄어들더라도 목재 판매량이 증가하면 GDP는 올라간다. 우리는 이런 모순을 잘 알고있지만, 어쨌거나 GDP 성장률이 높기를 바라고, 그 출처와 상관없이 높은 성장률을 거의 숭배한다.’ (p.186) 어떠한가? 이보다 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척도가 있을까? GDP 순위 상승은 경제 성장이라는, 기뻐해야 마땅할 숫자적 통계를 통해 우리를 호도하고 있다. 숫자 뒤에 이런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거짓말하지 않은 숫자를 어떻게 하면 더욱 정확히 직시할 수 있을 지 사유할 수 있다.
숫자의 진실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