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레비나스의 ‘윤리적 주체성’개념에 대한 이해를 통해 도덕적 주체로서의 자아가 어떤 존재이며, 그런 존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윤리적 주체성은 주체가 자기중심적 욕구 실현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자유에 수치를 느끼고, 자유를 타자를 위한 책임으로 수립할 때 형성된다. 레비나스의 ‘윤리적 주체성’개념은 결코 포획될 수 없는 타자성을 전제한 윤리적 관계와 이러한 관계 속에서 이행되는 주체의 책임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도덕교육에 유의미한 시사를 제공한다. 인간성이 말살되는 전쟁의 폭력에 관한 문제의식을 지닌 레비나스 윤리학은 주체 수립의 근거를 ‘이성’에서 찾는 서양철학 전반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에 대해 ‘타자를 주체의 인식으로 포획하여, 동일자로 환원해버리는 전체성의 횡포’로 설명한다. 나아가, 그는 인간 삶의 본래적이고 원초적인 ‘향유’에서 주체 수립의 근거를 발견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음을 보임과 동시에, 결코 전체 속으로 포획될 수 없는 고유한 내면성을 지닌 존재임을 강조한다.향유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욕망, 특히, ‘전적으로 다른’ 타자를 향한 ‘형이상학적 욕망’은 타자의 타자성을 존중하는 윤리적 관계를 가능케 한다. 즉, 형이상학적 욕망의 주체가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응답할 때, 윤리적 주체성의 형성이 이루어진다. 타자와 대면하는 대화 속에서 주체의 응답이 곧 타자를 위한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레비나스 윤리학은 타자를 존중하고 그와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도덕적 주체로서의 자아를 기르고자 하는 도덕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도덕교육의 목적으로서 윤리적 주체를 지향하는 일은 ‘어째서 나의 자유를 타자를 위한 책임으로서 실현해야 하는가’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윤리적 주체를 향한 지향이 쉽게 망각될 수 있는 학생들의 ‘형이상학적 욕망’을 일깨우고, 타자의 타자성을 올곧게 대면할 수 있는 주체성의 형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도덕과 수업에서 질문과 응답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윤리적 주체성의 형성을 도모한다. 도덕적 물음에 대한 학생 주체의 ‘응답’이 타자에게 무관심하지 않음을, 그에게 응답할 수 있는 ‘나’라는 주체가 여기 있음을 보이는 ‘책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